[FETV=박원일 기자] 기존 건설방식의 공기 지연, 인력난, 안전사고, 공사비 증가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가운데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구조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이 친환경·고효율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로 수익성과 물류비 부담 등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지만 시공 속도와 품질, 환경성을 모두 갖춘 기술로서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모듈러 건축기술로 지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일대 13층 높이 국내 최고층 GH 모듈러 주택 [사진 현대엔지니어링]](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4626798811_aa8212.jpg?iqs=0.615872982294855)
모듈러 공법은 현장에서 벽체와 골조를 하나씩 쌓아 올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공사 기간 단축은 물론 공사 중 사고 위험이나 환경오염 발생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건축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 최근의 친환경·안전 건설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과거에는 단층 임시 주택에 쓰이던 기술이었지만 최근에는 고층 아파트와 대단지 주택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모듈러 공법은 기존 건설방식이 가진 공기 지연, 공사비 상승, 인력난, 안전사고 등 여러 한계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건설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에 따른 기술 전환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2023년 현대엔지니어링이 준공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13층, 106가구)은 모듈러 공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 공사기간을 1년 1개월로 줄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규모인 지상 2층, 약 400㎡ 규모의 모듈러 건축 시험장(H-Modular Lab)을 선보이며 모듈러 건축 공법 확대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설계단계부터 제작·운송·설치까지 모듈러 건축의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관련 기술들을 평가하고 성능 검증을 진행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H-모듈러 랩(H-Modular Lab). 현대제철 당진연구소에 위치해 있다. [사진 현대엔지니어링]](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2/art_17544626880099_500c4a.jpg?iqs=0.48859651993338993)
현재는 계룡건설과 함께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5-1L5BL 구역에서 총 1327가구 규모 공공주택을 건설 중인데 그중 12층 규모 모듈러 2개동(450가구, 900모듈)은 국내 최대 규모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담할 예정이다.
한편, 타 건설사들도 모듈러 공법 개발·적용에 한창이다. 포스코A&C는 전남 광양제철소 내 12층 높이 ‘기가타운(Giga Town)’ 기숙사를 모듈러 공법으로 완공했다. 200여개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기를 20%인 4개월을 단축하고 건설 폐기물도 50% 이상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2020년 설립한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생산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이가이스트는 아산에 약 8500평 규모의 스마트 공장을 운영 중이며 연간 약 300가구의 모듈러 주택을 생산할 수 있다. 올해 초에는 LH에서 발주한 강화신문 2단지 모듈러 주택을 완공했다.
모듈러 공법이 아직까지는 이를 적용한 발주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생산단가 절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발주 물량이 적다 보니 공장 내 대량 생산이 어려워 생산비 감소효과가 크지 않다.
제작된 모듈을 현장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의 물류비도 만만치 않다. 완성된 모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특수 운송장비와 대형 크레인 등이 필요해 기존 콘크리트 공법에 비해 물류비가 제작비용 절감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확보 어려움뿐만 아니라 제도적 기반 미비도 건설업계에는 부담이다. 현재 모듈러 주택은 기존 건축법상 일반 건축물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어 감리 기준이나 발주 제도에서 모듈러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가령, 설계-시공 분리발주 제도나 기존 공법 기준 기본형 건축비를 모듈러 공법에 그대로 적용하는 등 사업성을 담보하기에 방해가 되는 규제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 등은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발주제도·감리기준 개선, 세제·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기술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해외 진출·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향후 국내 모듈러 시장이 5년 내 2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사는 주택·플랜트 사업에 모듈러 공법을 활용함으로써 모듈러 설계·제작·시공 경험을 쌓았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고층 모듈러 건축 역량을 키워왔다”며 “앞으로 ‘H-모듈러 랩’을 통한 현대제철과의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듈러 신사업 수주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