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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요양시설 소유권 규제의 역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율이 20%(65세 이상자가 1,000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니어 레지던스(노인주거 복지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도 고령자에 접어들면서 노후를 보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건강 악화 시에 희망 주택 거주 형태로 노인전용주택과 노인요양시설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16.5%와 27.7%로, 노인전용주택의 높은 거주비용에도 불구하고 두 시설 간 선호 격차가 약 11%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질의 안정적인 시설 공급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지만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장기요양시설 이용이 불가피한 고령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기요양시설은 장기요양보험의 시설급여 제공기관으로 노인요양시설(정원 10인 이상)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정원 10인 미만)을 의미한다. 75세 이상 후기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75세 이상의 신체⦁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됨에 따라 해당 연령층의 장기요양 인정자 비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의료보장 적용인구 대비 장기요양 인정자 수의 비율은 2023년 기준 75~79세에서 12.9%, 80~84세에서 29.8%, 85세 이상에서는 41.4%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격히 상승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원 10인 이상인 장기요양시설의 설치자는 시설을 설치할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ʻ노인복지법 시행규칙ʼ 제20조 제1항 제5호 규정에 의하면 장기요양시설 설치자는 시설을 설치할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해당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정원 10인 미만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설치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하는 지역에서 정원 30인 미만의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타인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활용하여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소유권 규정의 목적은 요양시설 운영 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여 시설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입소자인 고령자의 주거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장기요양시설에 입소자 1인당 법정 최소공간기준이 적용되므로 토지 지가는 시설 운영의 주요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며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장기요양보험의 시설급여 비용은 시설의 소재 지역과 무관하게 동일하다. 정원이 늘어날수록 법적으로 요구되는 공간이 확대되므로 임대료 및 토지⦁건물 소유 비용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가는 시도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데 2024년 기준 전국 개별지의 단위면적 당 평균가격은 약 7만 원인 반면, 서울은 약 366만 원으로 전국 평균 대비 50배가 넘는다.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소유규제는 지역별 수급 불균형, 요양 품질, 폐업률 및 주거안정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서울에서는 높은 지가로 인해 요양시설 공급이 저조한 반면, 서울과 인접한 경기, 인천에서는 해당 지역의 장기요양 인정자 수 대비 과도한 수준의 시설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시설에 대한 잠재 수요 규모, 비급여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고령자의 경제적 여력, 시장 경쟁도 등은 서울 지역에서 시설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둘째,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은 요양 품질이 미흡할 수 있다. 이는 소유규제로 인해 해당 시설의 비중이 높은 서울에서는 양질의 요양시설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개인 운영 소규모 시설 비율이 높은 서울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 대상 시설 중 양호등급 이상인 시설의 비율이 약 40%로 전국 평균인 약 45%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셋째, 높은 지가로 인해 토지 및 건물의 소유 부담이 큰 지역에서는 임차 운영이 가능한 개인 운영 소규모 시설의 비중이 높지만 이러한 시설은 폐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져 입소자의 주거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개인 운영 소규모 시설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생존율이 낮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시설 운영의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 확보를 위해 관련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소유규제는 지역별 불균형을 초래하고, 지역사회 지속 거주 희망 실현, 요양 품질 향상을 통한 주거안정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는 공공부지, 폐교 등을 활용하여 장기요양시설을 확충하거나, 지가가 높은 지역에 한해 임차 운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장수국가 일본의 경우는 토지와 건물의 임대차를 인정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의 유료노인홈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지침에서 설치자와 입지조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는 점을 참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