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LG전자가 한때 환경 경영의 ‘모범생’으로 꼽혔지만, 올해 ESG 성적표는 아쉬움을 남겼다. 2023년에는 폐기물 재활용 등 주요 환경지표에서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며 호평받았지만, 2024년 들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다시 뒷걸음질쳤다.
최근 LG전자가 공개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Scope 1+2) 배출량은 총 90만700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87만4000톤에서 3만3000톤 증가한 것이다.
상세하게 살펴보면, 직접 온실가스(Scope 1) 배출량은 22만5000톤으로 1년 전 20만9000톤에서 1만6000톤 늘었다. 간접 온실가스(Scope 2) 역시 68만1000톤으로, 전년(66만5000톤) 대비 동일하게 1만6000톤 증가했다. 이로써 LG전자가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힌 온실가스 배출 목표(87만8000톤)는 다시 넘어섰다.
이 같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생산량 확대, 글로벌 사업장 확장, 전력 사용량 급증 등이 꼽힌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북미·아시아 등 해외 주요 생산기지의 가동률을 끌어올렸고, 생활가전 등 신제품군의 공급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직접 에너지(연료 등) 사용, 그리고 전력 소비량이 모두 증가했다.
회사 측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고효율 설비 전환 등 친환경 전략도 병행하고 있으나,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워낙 커 감축 효과가 드러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치만 봐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3.8%↑)는 생산라인 확대라는 성장통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반면, 자원순환·폐기물 재활용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점이 뚜렷하다. 지난해 LG전자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7만4079톤으로 전년(5만4423톤)보다 1만9656톤이나 늘었다. 누적 사용량 역시 18만8000톤으로 1년 만에 7만4000톤 이상 증가했다. 2030년까지 제시한 목표치(60만톤)의 약 31%를 이미 채운 상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연간 2만톤 가까이 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린 결과다. 폐기물 재활용률 또한 견조하다. LG전자는 지난해 97.4%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기록해, 2030년까지 목표치(95%)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는 꾸준한 설비 투자와 자원순환 기술 개발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폐전자제품 회수 실적도 안정적이다. 국내에서 LG전자가 회수한 폐전자제품은 지난해 12만5138톤으로, 전년도(12만6848톤) 대비 1710톤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 12만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성과와 과제의 공존’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온실가스 감축 조기 달성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올해는 생산라인·사업장 확대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 증가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렇다고 LG전자가 친환경 경영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회사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끌어올리고, 고효율·저전력 신제품 출시, 사업장별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력 자체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친환경 전략이 실제 수치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ESG 경영의 핵심 지표인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가 다시 도전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업계와 시장의 시선도 LG전자의 향후 행보에 쏠린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ESG 평가에서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 역시 온실가스 감축 이슈에 대한 구조적 해법과 중장기 전략을 보강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생산과 사업장 확대라는 성장의 이면에 불가피한 온실가스 증가가 있지만, LG전자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감축 로드맵과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 고효율 설비 투자를 꾸준히 추진해야만 ESG 선도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자원순환 실적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역시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본질적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