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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ESG 보고서와 데칼코마니

[FETV=장기영 기자] “지난해는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 건실한 성장을 이뤄낸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과거 금융위기에 맞먹는 불황과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과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글로벌 보험그룹’으로의 성장을 위한 회사 구성원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이를 지지해 준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2024년 6월)

 

“지난해는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 건실한 성장을 이뤄낸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과거 금융위기에 맞먹는 불황과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과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글로벌 보험그룹’으로의 성장을 위한 회사 구성원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이를 지지해 준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2025년 6월)

 

한 대형 상장 손해보험사가 지난해와 올해 6월 각각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수록된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다.

 

“존경하는 이해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로 시작되는 메시지는 “상생의 경영을 이어갈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라는 맺음말까지 똑같았다.

 

한 해 동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주주와 고객,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보고서, 그중에서도 회사를 대표하는 CEO의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는 얘기다.

 

회사에 대한 소개와 경영 성과, ESG 분야별 추진 현황과 전략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뒷장은 더 이상 넘겨볼 필요도 없었다. 지속가능경영을 대하는 회사와 CEO의 자세는 무성의한 ‘복붙’ 메시지를 통해 이미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데칼코마니’ 수준이라는 논문 표절 논란 속에 최근 지명 철회가 결정된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추가된 내용과 바뀐 숫자를 덧붙여 보기 좋은 사진 몇 장과 함께 엮었으니 조금은 낫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매년 5~6월이면 보험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이 같이 성가신 존재로 전락했다.

 

남들이 하니 안 할 수 없는 ESG 경영과 그 ESG 경영을 억지로 포장한 보고서. 과연 누구를 위한 ESG 경영이고, 누구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일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해당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과 고객을 대하는 자세까지 의심하게 한다.

 

문제의 보험사가 어딘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는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다만, 내년에 발간할 보고서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진심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존경을 아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