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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신영증권 자사주 무소각 31년…이제는 원종석 회장의 시간

[FETV=박민석 기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신영증권이 최근 밝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입장이다. 신영증권은 전체 발행주식의 53%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유통 주식보다 자사주가 더 많은,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 1위 기업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지만, 신영증권은 1994년 처음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31년간 단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그 대신 고배당 정책에 집중해왔다. 매년 시가배당률 6%를 유지하며, 작년에는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감액배당을 도입해 배당소득세 부담도 줄였다. 사측은 이를 두고 “다양한 주주환원 중 배당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절반 이상 쥐고도 소각하지 않는 배경은 따로 있다. 원국희 명예회장(10.42%)과 그의 외아들인 원종석 회장(8.14%) 등 오너일가는 보통주 지분이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자사주를 포함하면 실질 지배력은 70%에 달한다. 즉, 자사주는 오너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커버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셈이다. 

 

실제 원 회장은 매년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받고 장내 지분 매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은 곧 경영권 약화를 의미한다. 결국 사측이 말하는 '고배당'은 표면적으론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이지만, 오너일가에게 유리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물론 원 명예회장과 일가가 회사를 오늘날의 위치로 이끈 공로는 분명하다.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한 이후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고, 최근에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원 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변화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대표이사와 의장 겸직이 당연하지 않듯,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만 하며 소각하지 않는 방식도 더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밸류업 정책과 함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 논의가 예고되고 있는 지금, 경영권 방어 명분으로 자사주를 쌓아두는 전략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 점에서 자사주 비중 1위인 신영증권은 정치권과 시장 모두가 주목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법제화에 앞서자발적으로 일부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오너 계열 증권사 중 선제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처럼, 이제는 자사주 문제에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춘 원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고객과의 신뢰가 번영의 근간”이라는 ‘신즉근영(信則根榮)’의 철학으로 성장해온 신영증권이, ‘자사주 무소각’ 경영에 마침표를 찍고 주주와의 신뢰 또한 회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