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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수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FETV=박원일 기자] 올해 3월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상법 개정안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정치권의 줄다리기와 재계의 반발, 주주·금융권의 지지 속에 개정안은 갈림길에 섰다.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문제, 그리고 소수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재계는 법체계 훼손, 경영 불안, 과도한 형사책임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반면 개정안을 지지하는 쪽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한다.

 

주주충실 의무는 OECD는 물론 주요 선진국에서도 이미 제도화된 원칙이다. 한국은 GDP의 절반 이상이 소수 대기업 집단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 여전히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등을 돌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편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사회 운영 현주소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2024년 주요 5대 건설사의 주주총회 공고 공시 중 이사회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물산(8회), 현대건설(10회), 대우건설(12회), GS건설(9회), HDC현대산업개발(12회) 등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10회 가까이 이사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개별 안건에 대해 반대를 표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제도적 틀은 갖춰졌지만 실제 견제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법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 충실의무 확대에 따라 형사책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도, 전자주주총회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완전하다고 해서 STOP 해서는 안된다. ‘불편하더라도’ 견제가 빠진 권력은 오히려 안정을 헤친다. 고인 물처럼 안일한 구조를 고착시킬 뿐이다.

 

기업의 건강한 성장은 소수의 이익을 위한 무대가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생태계 안에서만 가능하다. 법이 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바꾸진 못하더라도 세상을 쫓아가기라도 해야 그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번 개정 논의가 세상의 흐름에 올라타는 긍정적 방향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