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남양유업의 역사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202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동안 오너 체제 속에서 ‘갑질 프레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몸살을 앓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하며 재탄생하고 있는 중이다. 사명은 그대로 유지하되 슬로건을 ‘건강한 시작’으로 변경하며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FETV는 재탄생하고 있는 남양유업의 현 모습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최대주주가 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가(家)에서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변경됐고 이를 계기로 조직문화도 바뀌었다. 하드웨어인 사업구조는 유지하되 그 안의 운영체계를 개선해 임직원의 ‘집단지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사옥 '도산240(옛 ‘1964빌딩)'이다.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도산240은 이전 최대주주였던 홍 전 회장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홍 전 회장은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과 달리 강남 한 복판에 사옥을 지었다.
![남양유업 사옥 조감도 [사진 남양유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5/art_17503983699101_787093.jpg)
홍 명예회장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최대한 아끼자’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남양유업은 1964년 창업 이후 40여년동안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일빌딩에 세 들어 살았다. 그러다 홍 전 회장 체제에서 남양유업은 2017년 현 사옥인 도산240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도산240은 지상 15층으로 지어졌다. 1층부터 5층은 미술품 등 전시공간과 미팅룸, 대강당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원 복지와 지역 주민의 공익을 위한 차원이었다는 것이 본사 이전 당시 남양유업 측의 설명이었다.
특히 5층은 피트니스 센터를 위치시켰고 운동기구를 비롯해 GX룸, 탁구시설, 샤워실 등이 마련됐다. 그 위의 층은 대부분 사무공간으로 채워져 있고 15층에 회장실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홍 전 회장이 그 15층에서 업무를 봤다.
대체적으로 주요 사항을 홍 전 회장이 결정하고 이를 탑다운 방식으로 각 사업 조직이 처리·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앤코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남양유업은 그 운용체계를 우선적으로 수술대에 올렸다.
사옥 도산240의 구조와 활용도는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업무를 보는 임직원 사이의 조직문화를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탑다운 방식의 업무 처리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사업전략에 반영하는 ‘책임 자율경영 체제’가 그것이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KPI(핵심성과지표)를 재정립하고 ‘승진 패스트 트랙’ 운영과 ‘직급 체계 슬림화’를 도입해 기여도가 높은 인재가 빠르게 승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마치 하드웨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버전의 OS(Operating System)를 설치해 업무 방식을 변경한 셈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새로 정립해 공개한 슬로건과 CI다. 이전의 방식대로면 오너의 결정으로 좌우될 사항이었지만 이번에는 ‘집단지성’의 힘을 빌렸다.
남양유업은 새로운 경영 체제 1년을 기점으로 기업 정체성과 경영철학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새로운 CI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 중 과거 오너 개인의 판단에서 윤리경영으로 변화하고 있는 남양유업을 CI에 반영하고자 했다.
유관 부서와 협의를 해나가면서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모인 것이 지금의 CI다. 새로운 슬로건인 ‘건강한 시작’은 고객 중심의 사고 전환, 윤리 기반의 기업문화, 일등품질 제품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남양유업의 비전이자 약속이라고 남양유업 관계자는 말했다.
![남양유업 새로운 CI [사진 남양유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5/art_17503984190779_6188e9.jpg)
슬로건을 결정한 후에는 그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CI 디자인에 착수했다. 스마일 입모양이 들어간 이번 CI는 하루의 건강한 시작을 담는 그릇, 맛있는 제품을 통한 고객의 미소를 상징한다. 그리고 빨간색과 회색으로 건강·생기, 새로운 출발의 단단함을 표현했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 사명 변경 여부에도 관심이 높았다. ‘남양’이라는 사명이 과거 오너가의 ‘남양 홍 씨’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오너 경영 체제와 단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명 변경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사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법인명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고 그동안 임직원이 쌓아온 업력과 역사를 존중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현 사명을 그대로 유지하기 한 것은 최종적으로 새로운 이사진의 결정이었지만 그 안에는 임직원의 ‘집단지성’도 한 몫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새로운 CI는 단순히 로고를 바꾼 것이 아니라 기업 철학의 진화와 사회와 약속을 담은 상징적 선언”이라며 “앞으로도 ‘건강한 시작’을 중심 가치로 모든 세대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변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