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
[FETV=박원일 기자] 일부 초대형 국책사업들이 사업성에 대한 정밀한 검토 없이 진행됨으로써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엄격한 비용편익(B/C) 분석과 함께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1/art_17476328196294_95225b.jpg)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라는 염원으로 시작된 가덕도 신공항이 당초 개항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등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한 원래대로의 개항은 불가능하다. 정부의 무리한 일정 조정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부지조성공사 수의계약 상대방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하 현대건설)으로부터 기본설계를 보완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수의계약 체결이 어려워져 현재 진행 중인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입찰공고의 공사기간(84개월)에 연약지반 안정화 기간(17개월)과 공사 순서조정(7개월) 등 총 24개월의 추가 공사기간을 반영한 총 108개월로 기본설계를 제출했고, 국토부의 기본설계 보완 요구에는 따르지 않았다. 공기 추가에 따라 예산은 1조원 정도 늘어난다.
이에 국토부는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토대로 국토부·공단 합동TF와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안전성과 품질이 확보되면서도 일정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예산만 10조5300억원에 달한다. 애초 개항 목표는 2035년이었으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9년 12월 조기 개항, 2031년 준공으로 목표를 당겼다.
가덕도 신공항은 활주로 건설을 위해 수심 20~30m의 바다를 메워야 하고,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 위험성도 크다고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무현 정부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이슈화한 후 가덕도 신공항은 해당 정권마다 부침을 거듭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 이용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특별법을 통해 신공항을 다시 살려냈다.
윤석열 정부는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개항 시기를 2035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겼다. 엑스포 유치가 실패했음에도 개항 시기는 원래대로 복원시키지 않았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정공법’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법’으로 접근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부산 등 지역사회에서는 현대건설 측과 계약을 해지하고 정부안인 '공사기간 84개월'로 신속히 재공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광회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적기에 착공해 추가적인 사업 지연이 없도록 책임 있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요구합니다. 또다시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 공사기간 준수를 주장했다.
부산시 가덕도신공항 기술특별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은 "(추가 공사기간) 첫 번째가 연약지반 목표 침하 도달 기간 산정과 두 번째가 매립지의 성토 속도다. 이게 공사 기간에 아주 큰 영향을 주는데 이 두 가지를 너무 보수적으로 본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재입찰 시 2~3개 정도로 공사 구역을 나누는 '분할 공구'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상기 위원은 "공구 분할을 적절히 하면 리스크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참여 업체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가덕도는 섬 지역 특성상 기상 변화에 매우 민감한 현장이고, 공항 전체 면적의 약 59%를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는 공사로 기술적 특수성이 필요하다“며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설계하고 이에 부합하는 적정 공기를 반영해 공정 계획을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 관계자는 ”공사 난도가 높고 기한이 촉박하기 때문에 공사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 입찰 때 정상적인 경쟁이 되지 않아 네 차례 유찰된 끝에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해 정치적 이유 혹은 지역 정서에 기반해 예타 면제를 강행한 사업들이 재정 부담과 사업성 미비로 잇따라 좌초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예타 면제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일부 사업이 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1을 넘지 않아 경제적 효용보다 비용이 더 크지만 올해 핵심 추진 과제 중에 예타 면제로 포함돼 있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재정 건전성과 수요 분석을 동시에 고려하면 예타 면제를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라고 말하며 “이번 기회에 예타 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당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