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고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리딩뱅크'를 차지한 점이 역으로 비은행 부진을 도드라지게 했기 때문이다. 시선은 진옥동 회장이 올해 비은행 강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로 쏠린다. 그는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연거푸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선 비은행 경쟁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2025년은 진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3.4% 늘어난 규모로, 지난 2022년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좋은 실적이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10.5% 증가한 5조782억원, 하나금융은 9.3% 더 거둔 3조7388억원을 달성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금융지주 '빅3' 중 꼴찌라는 얘기다. 이에 KB금융과의 순익 격차는 1년 새 3000억원 이상 더 벌어졌으며, 하나금융과는 역으로 1700억원가량 좁혀졌다. 신한금융은 2022년 '리딩금융'을 차지하며 KB금융에 5100억원 앞섰으나 2년 뒤인 2024년에는 역으로 5600억원을 추월당했다.
이른바 '이자이익 호황기' 시작점인 2022년과 비교해 2024년 순익이 줄어든 곳은 KB·신한·하나 중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신한금융으로선 KB금융과의 1등 대결은 차치하더라도 기업가치 제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익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략,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한금융이 이전 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데는 비은행 계열사들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6278억원 늘었지만, 그룹 전체적으론 149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은행 계열사들이 영업력을 대폭 끌어올린 은행과 시너지를 내기는커녕, 그룹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는 뜻이다. 현재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13곳을 두고 있다. KB금융(10곳)보다는 3곳 많고, 하나금융(13곳)과는 같은 규모다.
진 회장으로선 10곳이 넘는 비은행 자회사들이 확실한 약세를 보여 은행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점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진 회장 취임 직전인 2022년 말 65%이던 신한은행의 그룹 내 순익 비중은 취임 첫 해 70%로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82%로 크게 뛰었다.
특히 비은행 핵심 계열사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돌파구 마련이 더 시급하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핵심 계열사는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등 4곳인데, 이 가운데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은 전년 대비 순익이 각각 7.8%, 61.5% 줄어들었다.
4곳 중 업계 톱3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정도라는 점에서 이번 실적 감소는 더욱 아쉽다. 그룹 비은행 효자 신한카드는 작년 3분기까지 부동의 1위였으나 삼성카드에 연 순익이 925억원 밀리며 10년 만에 1등을 내줬다. 업계 2위 신한캐피탈은 특히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중에선 압도적 1위였으나, 작년 순익이 3040억원에서 1169억원으로 급락하면서 KB캐피탈에 1000억원 이상 뒤처졌다.
이런 가운데 신한라이프의 약진은 위안거리다. 지난해 순익은 전년보다 11.9% 늘어난 5284억원으로, 금융지주 생명보험사 1등을 차지했다. 새 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에 힘입어 업계 최상위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했다. 신한라이프의 작년 말 CSM 잔액은 7조22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증가했다. 반면 KB라이프는 3조105억원으로 같은 기간 5.3% 줄어들었다.
'일등보다 일류(一流)를 지향한다'는 진 회장의 경영 철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지난 연말 이후 '일류'에 본업 경쟁력으로 대변되는 경영 능력을 좀 더 염두에 두고 이전보다 수익성에 대한 절실함을 담은 점은 달라진 부분이다.
작년 12월 카드·증권·캐피탈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하며 "내부의 근원적인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힌 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선 "올해는 신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