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호성<사진> 하나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하나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영업통'인 이호성 내정자는 2년 만에 하나카드를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4위에서 1위로 끌어올리며 수익성을 입증했다. 특히 해외여행 특화 카드 트래블로그의 흥행에 성공하며 '해외여행 1등 카드사'로 자리잡았다.
이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대구중앙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92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하나카드 사장으로 취임해 2년간 이끌었다. 그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 절차를 거친 뒤 하나은행을 이끌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015년 KEB하나은행 출범, 2020년 하나은행으로 사명을 바꾼 지금까지 하나은행장 자리는 관례적으로 부행장을 거쳐 바로 선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현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하나생명보험 사장에서 은행장으로 올라갔으며, 이 내정자 역시 하나카드에서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는 이 내정자가 처음이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그룹임추위)는 이 내정자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를 적임자"라고 밝혔다. 또 하나카드 사장 재임 기간 동안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회사를 변화시킨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2022년 7월 해외여행 특화 상품인 트래블로그를 출시했다. ▲전 세계 58종 통화 무료환전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 등을 제공하며 해외여행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말 46만명이었던 트래블로그 고객 수는 지난 8월 말 600만명을 돌파했다. 올 10월 말 해외 직불·체크카드(개인) 이용금액 점유율은 47.2%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올 초 신년사에서 트래블로그를 언급하며 힘을 실어줬다. 함 회장은 "트래블로그는 수수료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카드 해외사용액 점유율(M/S) 확대와 손님수를 늘려가며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1월 이 사장 취임 이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올 3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1844억원으로 전년 동기(1274억원) 대비 44.8%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증권·캐피탈·자산신탁)에 밀려 순이익 4위에 머물렀던 하나카드는 올 3분기 들어 1위로 올라서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성장세를 이끈 이 내정자는 앞으로 하나은행을 '레벨업' 해야 할 임무를 가지고 있다. 이 사장은 함영주 회장이 강조한 '아시아 1등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함 회장은 지난해 5월 '금융권 공동 싱가포르 투자설명회(IR)' 행사에서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영업력 중심 내실 확보 ▲1등 파트너와의 협업 ▲글로벌 균형성장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또 수익성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7808억원으로 전년(2조7664억원) 대비 0.5% 성장하는데 그쳤다. 대출자산이 늘었지만, 순이자마진(NIM) 악화에 이자이익이 3% 줄었다. 하나은행의 3분기 NIM은 1.41%로 직전 분기(1.46%) 대비 0.05%포인트(p) 감소했다. 1년 전(1.57%)과 비교하면 0.16%p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