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원본 사진 고려아연, MBK파트너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250/art_17339705397316_0ed677.jpg)
[FETV=양대규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 가운데 '경영 능력'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MBK는 씨앤엠(C&M) 기업 인수 후 노동 탄압, 직원 해고 등의 경영 실패의 전력이 있다. 이에 고려아연에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에는 MBK가 최근 "투자 집행으로 기업가치 훼손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경영 능력에 대해 지적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MBK는 2008년 2.2조원을 들여 케이블TV C&M을 인수했다. MBK는 고용 유지 약속과 함께 노사 간 상생을 내세웠지만 얼마 후 고용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AS와 설비 분야를 하청 구조로 전환했다.
고용 유지 기간 3년이 끝난 2011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이 진행됐고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 당시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C&M은 하청 업체와 노사 상생 및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협의하고, 당시 대표가 직접 서명까지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폐기됐다. 이후 AS 하청 노동자들은 업무 진행에 필요한 설비 자재비와 기름값 등을 모두 개인이 충당하는 등 열악한 고용 조건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약 15%에 해당하는 109명이 해고됐다.
사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비용 절감 차원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C&M 노조는 수개월에 걸친 파업과 집회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끝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구조조정에도 MBK의 C&M 매각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경영 실패로 MBK가 C&M 인수와 운영을 위해 만든 KCI(국민유선방송투자)는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까지 몰렸다. 결국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MBK의 케이블TV 인수와 경영실패는 궁극적으로 방송산업 생태계까지 교란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C&M은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 역시 악화됐다.
이에 업계 일부에서는 국가기간산업이자 C&M보다 매출규모가 수십배 큰 고려아연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후 비용합리화를 목표로 구조조정과 해고 등 노동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며칠 간이라도 파업이 발생하면 적게는 몇 주에서 한 달 이상 조업이 중단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C&M 외에도 MBK가 장기 보유·투자로 고용 안정을 하겠다고 약속한 곳 중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당시 ING생명)은 2013년 인수된 후 직원 30%(270명) 감축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대규모 폐점·감원으로 인력 규모가 2015년 2만5000명에서 2023년말 1만9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MBK 측도 고려아연의 경영 능력을 지적했다.
지난 10일 김광일 MBK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최근 3년간 지배구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주주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사회의 관리 감독 없는 투자 집행으로 기업가치 훼손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등에 투자한 1조2000억원을 투자자본이익률을 유지하는 수준의 적절한 투자 건에 효율적으로 집행했더라면, 고려아연 주주가치는 2.5조원(22.6%)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사주 공개매수로 훼손된 주주가치 9000억원을 더하면 거버넌스 개선만으로 총 3조4000억원의 주주가치가 개선 가능하다는 것이 MBK 측 주장이다. MBK는 고려아연의 본질적 기업가치를 14조원으로 평가했다.
MBK의 이런 주장에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주장한 ROCE(투자자본이익률)과 PBR(주가순자산비율)등이 동종 업계보다 낮다는 지적에 객관적 수치마저도 자신들에 유리한 방식으로 오집계했다"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 역시 지난달 당사가 발표한 주주친화정책과 대동소이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