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기영 기자] 국내 5대 대형 손해보험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늘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장기보험 성장세에 힘입어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대했다.
그러나 일부 대형사의 경우 올해 연말 결산부터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적용되는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이드라인 충격파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24년 1~3분기(1~9월)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6조6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6235억원에 비해 1조678억원(19%) 증가했다.
이 기간 5개 대형사 모두 당기순이익이 늘어 지난 상반기(1~6월)에 이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KB손보를 제외한 4개 대형사의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웃돌았다.
대형 손보사들은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확대로 장기보험 보험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인하 영향 누적과 손해율 상승에 따라 보험이익이 감소했다.
회사별로 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조5849억원에서 1조8344억원으로 2495억원(15.7%)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전체 보험이익은 1조8140억원에서 1조6740억원으로 1400억원(7.7%) 감소했으나, 장기보험 보험이익은 1조2966억원에서 1조3339억원으로 373억원(2.9%) 증가했다. 자동차보험은 2438억원에서 1635억원으로 803억원(33%), 일반보험은 1948억원에서 1501억원으로 447억원(22.9%) 보험이익이 줄었다.
투자이익은 3844억원에서 7833억원으로 3989억원(103.8%)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신계약 CSM은 2조4768억원이다. 9월 말 CSM 잔액은 14조1810억원으로 늘어 14조원을 돌파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은 각각 누적된 보험요율 인하 영향과 고액사고 증가로 보험이익이 감소했으나, 장기보험 보험이익과 투자이익 증가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DB손보는 1조2757억원에서 1조5780억원으로 3023억원(23.7%), 메리츠화재는 1조2961억원에서 1조4928억원으로 1967억원(15.2%)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DB손보의 경우 영업이익이 1조6820억원에서 2조781억원으로 3961억원(23.6%) 늘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DB손보의 보험이익은 1조3080억원에서 1조4590억원으로 1510억원(11.5%), 투자이익은 3740억원에서 6190억원으로 2450억원(65.5%) 증가했다. 전체 보험이익 가운데 장기보험 보험이익은 1조2026억원으로 12.3% 늘어난 반면, 자동차보험 보험이익은 1800억원으로 33.9% 감소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누적 신계약 CSM은 각각 2조1814억원, 1조600억원이다. 올해 9월 말 CSM 잔액은 각각 13조1750억원, 10조6417억원으로 늘었다.
D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안정적인 신계약 성장세와 전분기 대비 상승한 CSM 배수, 의료파업 지속에 따른 장기위험손해율 개선 등으로 CSM 상각과 보험금 예실차에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은 요율 인하에 따른 대당 경과보험료 감소와 손해율 상승 등으로 보험이익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현대해상 역시 당기순이익이 7864억원에서 1조461억원으로 2597억원(33.1%) 증가해 1조원을 넘어섰다.
현대해상의 보험이익은 1조909억원, 투자이익은 3178억원으로 각각 44.6%, 1% 늘었다.
나머지 대형사인 KB손보는 6804억원에서 7400억원으로 596억원(8.8%)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신계약 CSM은 현대해상이 1조3248억원, KB손보가 1조3400억원이었다. 9월 말 CSM 잔액은 각각 9조3215억원, 9조3050억원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등 금융당국이 제시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보험개혁회의’ 제4차 회의에서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주요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중도 해지 시 환금금이 없거나 적은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높은 해지율을 가정해 수익성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선형-로그모형, 로그-로그모형 등 예외모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예외모형 선택 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며 원칙모형 적용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온 일부 대형사는 CSM과 당기순이익, 지급여력(K-ICS)비율에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이드라인에는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존재하는 담보는 연령대를 구분해 손해율을 산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손해율 가정은 각 보험사의 결산시스템 수정 등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 내년 1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대형사 가운데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이 같은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 시 CSM이 약 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화재 장기보험전략팀장 조은영 상무는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며 “(CSM 감소 규모는) 연말에 1000억원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연령별 손해율 가정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전체적 수준을 보면 현재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