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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현대百 2025 인사전략]②'형제경영' 속 정교선, 그룹·홈쇼핑 간 '직급 차등' 배경은

계열사별 직급차 발생한 정교선 부회장 '회장 승진'
업황 악화·성장둔화, 장기전략 구상 '강력한 리더십'
'지주사 요건 충족 완료 임박' 형제경영 이어나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안정 속 변화’를 키워드로 2025년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이 막바지에 도달한 가운데 주력 계열사 대표 전원을 유임시키는 ‘안정’을 택했다. 다만 일부 계열사는 새로운 경영 체제 등 ‘변화’를 추구했다. 이에 FETV는 내년 초 지주사 전환을 완료해야 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을 관통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FETV=김선호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의 2025년 정기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정교선 부회장의 현대홈쇼핑 회장 승진이다.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의 형제경영은 이전과 동일하게 이어나가는 가운데 현대홈쇼핑에서만 회장으로 승진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두산그룹과 농심그룹에서도 동일한 사례가 있지만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유례가 없던 인사다. 현재 지주회사 두산에서 박정원 회장이 대표 동생 박지원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한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박지원 부회장은 회장으로서 위치한다.

 

농심에서는 지주사 농심홀딩스에서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이 경영총괄을 하고 있다. 그중 신동윤 부회장은 계열사 율촌회학에서 회장으로서 자리한다. 각 그룹사의 경영환경과 오너가의 판단에 따라 이러한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두산의 경우 대표적인 '사촌경영' 기업으로 알려져 있고 농심은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간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에 대해 일축했다. 그룹 차원에서 기존과 마찬가지로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정지선 회장을 보좌하고 단일 지주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함께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캐시카우 홈쇼핑의 위기 ‘회장이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형제경영’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홈쇼핑 대표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때 캐시카우로 불리던 홈쇼핑의 업황 악화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고 이를 위한 인사였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현대홈쇼핑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M&A)에 앞장섰다. 주력 사업인 홈쇼핑과 다른 현대L&C(건축자재 제조 및 판매), 현대퓨처넷(전기통신), 한섬(의류도소매업)이 종속기업으로 편입돼 있는 이유다.

 

또 다시 현대L&C는 캐나다‧중국‧미국‧독일‧인도 등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퓨처넷은 화장품‧의약품원료 제조업인 현대바이오랜드 등을 지배하고 있다. 그중 현대IT&E는 현대퓨처넷에 흡수합병됐다. 한섬의 자회사인 한섬라이프앤도 모기업에 흡수됐다.

 

그러나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이 2023년부터 급격히 감소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2023년 개별기준 매출은 1조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악화한 업황에 비해 매출 감소 폭을 최소화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60.2% 감소한 449억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에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판관비 절감으로 영업이익을 개선시켰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419억원으로 61.5% 증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홈쇼핑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기존 사업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넉넉한 현금곳간 또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실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말 개별기준 현대홈쇼핑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00억원이다. 이외에 기타금융자산으로 5048억원, 기타비금융자산으로 80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현대홈쇼핑은 2024년 인사에서 한광영 사장으로 대표를 교체했고 재도약을 해 조직개편 등 정비를 했다. 특히 경영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이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황중률 상무에게 맡겼다. 경영지원본부는 기존 기획‧재무 등을 총괄하는 상위 조직이다.

 

◇지주사 전환 완료 임박, 다음 세대 준비 나서나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대부분 완료한 최근에 정교선 부회장을 현대홈쇼핑에서 회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룹 차원에서는 형제경영을 이어나가되 현대홈쇼핑에서는 회장 직급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장기 성장전략을 구상하겠다는 의지다.

 

업계에는 이러한 구도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다음 세대를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지에프홀딩스에 회의체가 구성됐고 다음 세대를 위한 계열사 재배치 안을 설계하기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에 컨설팅 자문을 맡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 정지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주식 전량을 가족에게 증여한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아들 정창덕 군에게 99만753주(2.92%), 부인 황서림 씨와 딸 정다나 양에게 99만752주(2.92%)를 증여했다.

 

이어 정교선 부회장의 자녀이자 정지선 회장의 조카인 정창욱‧정창준‧정창윤 군에게 각각 44만280주(1.3%)씩 지분을 넘겼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자녀가 처음으로 계열사 주주 현황에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 세대를 준비해나가는 가운데 정교선 부회장 또한 정지선 회장에 이어 현대홈쇼핑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해나가는 양상이다. 

 

이에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정 회장 개인적인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지주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증여로 승계와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홈쇼핑 회장으로 승진하게 된 배경에는 한때 캐시카우로 불리던 홈쇼핑의 업황 악화와 무관치 않다”며 “2009년부터 16년 동안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아온 정교선 부회장의 경력과 전문성에서 발현되는 통찰력과 추진력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