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 경쟁이 '시가총액'으로 번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회사의 매출액, 당기순이익에서 '당장 내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로 옮겨가면서다. 이에 대형 금융지주들은 실적발표 시 이전보다 많은 시간과 분량을 할애해 주주환원 실행 내역을 발표, 주주 마음잡기에 나섰다. 목표 총 주주환원율(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익으로 나눈 비율)도 50% 수준으로 대폭 올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누적 당기순이익이 1년 새 평균 4.1% 증가했다. KB금융은 1분기에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충당부채를 9000억원가량 쌓고도 4조3953억원을 기록했으며,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이 3분기 1357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보고도 3조9856억원을 거뒀다. 하나금융 순익은 3조2254억원으로 3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순익(3조4516억원)에 육박했으며, 우리금융(2조6590억원)은 작년 순익(2조5170억원)을 넘어섰다.
관건은 실적만이 아니었다. 4대 금융은 한 해 동안 시행한 주주환원 내역을 '공 들여' 발표했다.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주주 친화정책에 초점을 둔 투자자들을 겨냥한 행보다. 지난해 초 금융지주들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배당 여력 가늠자'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2~13.5% 수준으로 관리하고, 이를 넘어서면 주주에게 초과자본을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는데, 올해는 그 시점과 규모를 좀 더 명확히 해 투자자 관점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KB금융은 내년부터 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당장 올해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주당가치 성장' 개념을 그룹의 주주환원 프레임에 포함하면서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수준,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주 이상의 목표를 내걸었다. 신한금융은 이미 7월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를 발빠르게 공시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CET1비율 13% 이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펼친다는 계획은 KB금융과 동일하지만,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및 자사주 5000만주 소각'이라는 통 큰 결단으로 차별화했다. 두 금융그룹은 현재 분기 균등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 또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 CET1비율을 13~13.5% 구간 내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일관되게 이행하기로 했다. 9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13.17%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가장 먼저 중간배당을 시행,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들어 KB·신한금융이 주주환원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주주환원 정책 기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 우리금융은 CET1비율 12.5~13.0% 구간에서는 40%까지, 13.0% 초과 시에는 50%까지 주주환원율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CET1비율 12.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9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12.0%다.
4대 금융지주 중 3곳이 주주환원율 50%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자 지방금융지주도 주주들을 잡기 위해 분주해졌다.
DGB금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27년까지 약 15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다. 또 3년 내에 ROE 9%, CET1비율 12.3% 수준을 달성해 주주환원율 40%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다. JB금융은 2026년까지 주주환원율 45% 달성 계획을 발표했다. 또 배당성향 28%를 초과하는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다. JB금융은 지방금융 중 유일하게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BNK금융은 주주환원율 '2027년까지 50% 이상'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기 CET1비율 목표를 12.5%로 설정하고, 주당배당금을 확대한다. 9월 말 기준 BNK금융의 CET1비율은 12.31%다.
DGB금융 관계자는 "현재 주주환원율과 주가 모두 열세한 만큼 적극적인 질적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권재중 BNK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 핵심목표를 ROE 10%로 수립하고, 자본 효율성 제고와 그룹의 펀더멘털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