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춘 사업전략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적·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사가 핵심이다. 장기 불황 속에 생존경쟁은 필수 요소가 됐다. 산업 곳곳에서 지각변동을 예고한 가운데 FETV는 사업전략이 가르키는 방향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2025 인사’를 꿰뚫어본다. <편집자주>
[FETV=김선호 기자] 롯데그룹의 사업군 중 식품을 맡고 있는 주요 계열사 롯데웰푸드의 대표 체제가 2025년 정기인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현재 롯데웰푸드의 대표는 신동빈 회장, 이영구 부회장, 이창엽 부사장 3인 체제다.
신 회장, 이 부회장, 이 부사장의 임기는 각각 2026년 3월 21일, 2025년 3월 23일, 2025년 3월 23일에 만료된다.이에 따라 이 부회장과 이 부사장이 올해 정기인사 대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은 롯데웰푸드 대표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식품군HQ를 이끌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GRS 등 전반 사업을 총괄하고 이 부사장은 롯데웰푸드 사업을 맡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2022년 인사로 형성됐다.
롯데그룹은 2022년 정기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롯데웰푸드 대표로 LG생활건강 출신 이 부사장을 영입하는 파격을 택했다. 롯데그룹의 모태 기업에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이와 함께 식품군HQ를 신설하고 롯데 ‘정통맨’ 이 부회장을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칠성음료 물류기획, 롯데그룹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칠성음료 영업본부장‧마케팅부문장를 거쳐 2017년 롯데칠성음료 음료BG 대표에 올랐다. 이를 발판으로 롯데칠성음료 대표, 식품BU장을 지냈고 2022년부터 식품군HQ 총괄대표를 맡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웰푸드를 변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롯데 정통맨 이 부회장, 외부 출신 이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신(新)‧구(舊) 체제를 수립한 모습이다. 이 부회장을 중심한 식품군HQ가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와 롯데푸드 합병을 추진했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7월 롯데푸드를 합병한 후 2023년 현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제과부문(건과‧빙과‧제빵 등)과 푸드부문(유지‧식자재‧육가공‧유가공 등)이 한 몸이 되면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일례로 기존 롯데제과의 경우 8개국에 글로벌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롯데푸드는 국내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합병 후 푸드부문은 제과부문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2023년 롯데웰푸드 IR자료에는 1차로 동남아를 거점으로 북미로 확장, 2차로 인도 생산거점 확보하고 중동으로 다각화, 3차로 유럽과 CIS(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지난해 10월 인도에 초코파이 공장 제3라인을 가동시킨 것도 성과다.
또한 2024년 가이던스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국내서 2~4% 증가, 해외서 15~17%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합산한 전체 매출은 올해 5~7% 성장하는 수치다. 2023년 4조664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4조2697억원~4조35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9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0.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9.8% 증가한 1006억원을 기록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2024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웰푸드 2024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중 일부 [사진 롯데웰푸드]](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042/art_17292306523369_1945f6.jpg)
최근 롯데웰푸드는 ‘2024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공개됐다. 2023년 기준 ROE(자본효율성: 투하자본 대비 수익성)이 비교기업 평균(9.7%)에 비해 낮은 3.4%를 기록했다. 수익성 낮은 매출 구성과 비효율적 자산운용에 따른 결과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 육성, 생산‧물류 인프라 최적화를 진행하고 해외에서는 빼빼로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 한편 HMR(가정간편식) 글로벌 진출 기회를 확보해 2028년에 ROE를 8~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성장 전략이 2025년 롯데그룹 정기인사의 주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롯데칠성음료에서 음료와 주류부문 통합과 ZBB(Zero-based Budget) 경영으로 성과를 낸 이 부회장과 해외통으로 평가받는 이 부사장이 제시한 청사진이 평가대에 오른 격이다.
조직도와 임원 현황을 보면 이 부회장이 맡고 있는 식품군HQ의 경우 롯데제과‧푸드 통합으로 롯데웰푸드가 출범한 후 점차 조직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식품군HQ에 속한 임원이 롯데웰푸드 내부 조직으로 이동함에 따른 현상이다.
이 부회장이 F&B(식음료) 전반에 걸친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면 이 부사장은 롯데웰푸드 사업에 집중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외부 출신의 이 부사장이 롯데웰푸드를 지속 이끌어나갈 수 있는 내부 장악력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HQ 조직에 대한 성과평가와 향후 역할론이 롯데그룹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식품군HQ와 주요 계열사 롯데웰푸드는 4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헬스앤웰니스’를 맡고 있고 이를 성장시키기 위한 신동빈 회장의 의지도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식품군 인사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2025년 정기인사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