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경북 안동시에 사는 70대 초반 고모씨는 가장 가까운 은행에 가는 데 버스로 1시간 걸린다. 동네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은행 지점이 올해 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고씨는 "은행 방문일에 맞춰 공과금 등을 한꺼번에 낸다. 휴대폰이나 ATM(현금 입출금기)에서도 수납 업무가 가능하다고는 들었지만, 기계가 익숙지 않아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봐 매월 같은 날 은행을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 문을 닫는 가운데, 은행 방문이 꼭 필요한 고령자가 많은 지역의 점포 수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이 많은 지방 지역일수록 지점 수도 더 크게 줄어들면서 온라인 금융에 소외돼 정작 오프라인 점포가 필요한 고령층에게 피해가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FETV가 금융감독원의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점포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인구 대비 은행 지점이 가장 적은 지역은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였다. 10만명당 은행 지점이 1.85개로 최하위였다. 인구 대비 지점 수가 가장 많은 서울(10만명당 11개)과 비교하면 점포 수가 6분의 1에 불과했다. 경남·북도에 이어 전라남·북(1.9개), 제주(1.94개), 강원(2.76개), 충청남·북(2.98개) 등도 인구 10만명 대비 점포 수가 3개를 밑돌았다. 지난 2022년 9월까지만 해도 경남·북, 전남·북, 제주 등 3곳은 모두 지점 수 2.3개를 웃돌았으나, 1년 6개월 만에 10만명당 '2개' 선이 무너졌다.
인구 10만명당 점포 수가 1.9개에 그친 지역의 고령자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과 경북 지역은 65세 이상이 각각 24.4%, 22.7%로 4분의 1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모바일 앱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아직 낯선 어르신이 많지만 근거리에 은행 지점이 없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22년 발표된 한국은행 '지급 결제 조사 자료'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휴대폰 금융 서비스 이용 경험은 15.4%에 불과해 전체(65.4%)보다 크게 낮았다.

고액 자산가가 많고 고령자 비율이 낮은 지역에 비해 어르신이 많은 낙후된 지역의 지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22년 9월 인구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2년 6개월 동안 점포 수는 12% 감소했지만, 경상·전라·제주·강원 등 상대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20%가량 지점 수가 줄었다. 그중 강원도 감소 폭이 가장 컸는데, 인구 10만명 당 지점 수가 3.6개에서 2.76개로 23.3% 축소됐다.
은행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점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문 닫을 지점을 정할 때 수익성을 가장 크게 따지는데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먼 지방 소지역의 지점을 폐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점포 폐쇄 이전에 사전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2020년 배포했지만 금융 취약층의 불편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지역이라면 모바일 금융이 확대될수록 소비자 보호 및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라도 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지점 접근성 악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비대면 채널 이용률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약 절반 가량(43%) 은 월 1회 이상 지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