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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강조하고도 규제는 그대로...김병환, 은행 독자생존 허할까

금융위원장 '경쟁·혁신' 당부에 은행장들 '금산분리' 완화 요청
업계 숙원 풀어낼지 주목..."빅블러시대, 은행 경쟁력에 필수조건"

 

[FETV=권지현 기자]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금융당국 수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은행장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치열한 혁신' '규제 개선'을 언급하면서 은행권에서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기대가 처음은 아니다. 미래 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비금융업 진출 허용을 수년째 요구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자금시장·경제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김병환 위원장이 은행권이 지적하고 있는 '혁신 빗장'을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조용병 은행연 회장 및 국내 19개 은행 CEO와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 왔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언급부터 국내 은행들이 혁신, 경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진단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은행장들은 '혁신'에 대해 현재 BaaS(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에 금융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 고령층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혁신적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 비금융회사 지분취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금융회사 지분취득 규제완화'는 은행권 오랜 숙원이다. 현재 은행권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로 비금융업으로의 사업다각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산분리는 재벌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오용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은행법 제37조1항은 "은행은 다른 회사 등의 의결권 있는 지분증권의 100분의 15를 초과하는 지분증권을 소유할 수 없다"며 은행 등 금융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또 금융지주회사법 제6조의3은 "금융지주회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 탓에 금융사들은 부수업무로 인정받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다. 비대면 서비스 제고를 위해 IT 기업을 인수하고 싶어도 현행 법상 포기해야 한다. 은행들은 자기자본의 1% 이내에서 다양한 업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와 동일하게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이사회(Fed)는 2008년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이 허용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비지배 투자에 대한 추가적인 해석을 제공해 은행지주들의 핀테크 관련 업종 투자에 대한 유연성을 확대해 준 바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하면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반대로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환경 변화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 은행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기 어렵고, 계속 기존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 한계가 발생해 지금처럼 '예대마진으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은 2022년 7월 취임과 동시에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면 금산분리까지도 완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금융위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다. 기대감에 부푼 은행들은 금융-비금융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 속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였다. 당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4000억원대 대규모 지분을 교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같은 해 신한금융그룹과 KT는 양사가 각각 4375억원의 지분을 서로 매입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위치 기반 서비스 제공 업체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권이 바라는 비금융회사 지분취득 규제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병환 위원장은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 모델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진력해 달라"고 했다. 조용병 은행연 회장은 "은행의 업무범위 개선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국민경제와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 나간다면 최근 망분리 혁신과 같은 좋은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두 수장의 언급에 따라 김 위원장 체제 하에서 금융위가 은행 규제 문턱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금융과 혁신기술의 융합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금융사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이자이익에 지금처럼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금융-비금융 융합 상품·서비스 시장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다만 금산분리를 풀려면 은행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금산분리 완화는 여야 핵심 이슈에서 벗어나 있어 관련 법 국회 통과와 정책·제도 개선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