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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안 뺏긴다" 저력 보인 은행...10월 본게임 앞두고 '퇴직연금 사활'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점유율 뺏길라 '치열한 홍보전'
지방銀 참전 속 고객유치·서비스 강화 눈길..."수익률 경쟁 이제 시작"

 

[FETV=권지현 기자]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 1년이 지난 가운데 은행권이 기대치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며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당초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대규모 자금 이동)'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했으나, 은행들이 시장 확장을 주도하고 증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뒤 쫓는 모습이다. 오는 10월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 중인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은행들은 머니 무브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상품·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객 사수에 힘을 쏟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32조9095억원으로 1분기와 비교해 약 7조원 늘었다. 이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디폴트옵션 적립액이 약 88%(29조원)를 차지한다. 작년 2분 기 말 5대 은행 디폴트옵션 적립액은 9766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으나 7월 디폴트옵션 본격 도입 후 1년 만에 급격히 불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확정기여(DC)형 혹은 개인형(IRP)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연금사업자(금융사)가 제시하고 근로자가 정한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기준금리는커녕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것조차 버거워할 정도로 턱없이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했다. 

 

디폴트옵션 시행 만 1년인 현재까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방식을 고르는 가입자들이 많았던 덕에 은행권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모습이다. 하지만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머니 무브가 본격화 할 수 있어 은행들은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홍보전을 펼치며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적립금 1위'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은행의 2분기 말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DC형 13.2조원, 개인형IRP 14.3조원로 전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DC형은 17년 연속, 개인형IRP는 14년 연속 적립금 규모 1위를 달성했다. 

 

하나은행은 '수익률'을 강조했다. 2분기 말 기준 최근 1년간 하나은행의 DC형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원리금비보장상품 14.83%, 원리금보장상품 3.85%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시중은행 1위다. 광주은행은 개인형IRP 수익률을 내세웠다. 2분기 광주은행의 IRP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5.8%로 은행권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은행들은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존 서비스에서도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은행은 '쉬운 금융용어'에 집중, 내년 3월까지 은행 전 영업점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퇴직연금서식 작성가이드를 마련토록 했다.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위로 이미지, 문자 등 가상정보를 띄워 퇴직연금 서식 작성 시 마주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수도권 지역에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추가로 오픈, 방문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연금 VIP'를 공략한다. 신한은행은 SOL뱅크 앱 내 '나의 퇴직연금'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엔 신한투자증권·신한자산운용과 공동으로 퇴직연금 세미나를 열고 금리 변화에 따른 맞춤형 상품제안, 자산배분 사례 소개, 퇴직연금 운영 전략을 공유하는 등 고객 잡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만 여개 교회를 두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와 퇴직연금 개인형IRP 도입을 협력하는 등 고객 확보에 잰걸음이며, NH농협은행은 이달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콴텍투자일임과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추천 및 운용, 리밸런싱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BNK경남은행은 매 분기마다 원리금 보장·비보장 전체 상품을 대상으로 정량·정성 평가 등을 실시해 수익률 제고를 꾀하고,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외부에 위탁하는 제도(OCIO)를 통해 고객사의 DB적립금 운용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시행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운용에 나서는 증권사로 고객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은행들이 증권사에 못지 않은 수익률을 내면서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라며 "다만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행되면 결국 경쟁력 있는 상품 및 관리 시스템을 내놓는 금융사로 고객과 적립금이 몰릴 수밖에 없어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