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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의 P+R


파리 올림픽에서 배우는 전문가의 조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는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 들어갈 프로필을 다시 정리했다. ‘나’라는 사람의 커리어를 한마디로 무엇이라 표현해야 하나. 음.…무난하게 ‘홍보전문가’, ‘PR Expert’라고 적었다. 플랫폼을 검색해보니 전세계에 엄청나게 많은 홍보전문가들이 있다. 이 수많은 세상의 모든 홍보전문가들 아니 글로벌은 차치하고 국내에 있는 수많은 홍보전문가들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홍보’라는 일이 앞으로의 세상에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적인 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이정진 전 서울대 교수가 쓴 ‘초연결사회와 보통사람의 시대’라는 책을 보면 앞으로 인공지능(AI) 로봇이 고급 두뇌활동을 대신하게 되면서 ‘전문가’ 혹은 ‘전문직’이라고 일컬어지는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이미 AI 로봇이 기사를 쓰고 신진국의 대형 법률사무소에는 로봇들이 배치돼 수백만 건의 서류를 읽고 정리하며 그 많은 서류에서 그 어느 법률가도 찾아내기 어려운 패턴을 참지하고 놀라운 속도로 편집한다. 어차피 인공지능 컴퓨터에 지게 되어 있다는 암울한 전망 속에 전문가로 살아남을 길은 무엇일까?

 

요즘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각 해당 종목 즉, 펜싱의 전문가, 양궁의 전문가, 수영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해당 종목의 전문적인 기술을 연마해왔고 해당 종목에서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런데 이들의 자리 역시 AI로봇으로 대체되는 날이 올 것인가? 로봇은 프로그래밍된 대로 높은 정확성을 가지고 동작할 수 있으므로 양궁이나 사격 같은 종목에서 유리할 것이고 반응 속도도 인간보다 빨라 펜싱, 배드민턴, 테니스 같은 종목에서 우월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로봇은 체력의 한계를 가지지 않으므로 지치지 않고 경기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이 범접할 수 없는 인간 선수의 초능력이 있다. 미리 프로그래밍된 상황에만 반응할 수 있으며, 새로운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적응력이 부족한 로봇에 반해 국제 대회에서의 경험이 풍부하며, 이를 통해 얻은 전략적 사고와 경기 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 선수는 경기 중에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응하고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 선수는 감정과 동기부여를 통해 더 높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팀 스포츠나 감정적인 요소가 중요한 경기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로봇들이 하는 경기를 보며 가슴 졸이고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비즈니스 멘토로 유명한 신수정 KT 전략 신사업부문 부문장은 전문가와 숙련가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했다. 숙련가, '쉬운 일을 빠르게 하는 사람', 전문가,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까지 로봇은 숙련가이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일까?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