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제성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을 앞지르며 선두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적절한 투자 타이밍과 '중국 텃밭'이었던 유럽시장 공략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1등' 싸움을 보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5476억원으로 전년 동기(7513억원) 대비 3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류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7% 줄어든 3526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작년 업계 1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과 2위였던 삼성SDI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SK온은 올 상반기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71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11분기 연속 적자다.
삼성SDI의 실적 선방 배경으로 북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투자 속도조절과 유럽 시장 공략 성공을 꼽고 있다, 삼성SDI는 북미의존도를 최대한 줄이면서 유럽과 북미 등을 거점으로 골고루 판매망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대적으로 북미투자 타이밍을 성급하지 않은 속도조절론과 타이밍을 잘 맞췄다는 긍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유럽 주요 전기자동차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의 유럽 주요 고객은 BMW, 스텔란티스(푸조 피아트, 크라이슬러 브랜드), 폭스바겐 등이 있다. 또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유럽향 현대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법)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사실상 적자인 셈이다. SK온은 캐즘 여파로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를 체결했지만 실제 배터리를 판매해 마진을 남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현지에 대대적인 배터리 공장 확장으로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집행 속 유럽 현지의 캐즘 한파가 거세된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올해도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온은 미국 지역 판매량 회복에 따른 AMPC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률 하락 및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구원투수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매듭짓고 11월 공식 출범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내 여러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공장을 비롯해 미시간공장 증설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발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회복세가 다소 더뎌 상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폴란드 가동률에 따른 고정비 증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배터리 사업의 성패는 누가 더 전기차 캐즘 리스크 대응을 잘했냐는 데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통상 캐즘이 장기화 될수록 그리고 미국 등 북미의존도가 높을수록 실적의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만 놓고 볼 때 1위는 LG에너지솔루션(25.6%)이 차지했다. 2위 SK온은 10.7%, 삼성SDI는 10.5%를 각각 차지했다. 3사의 총 글로벌 점유율은 46.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