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우리금융그룹 본사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직원들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729/art_17209993791734_22cca0.jpg)
[FETV=권지현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분투하자"고 당부, 그룹 새 도약을 향한 비장한 마음을 1년 만에 또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룹 관계자는 '분투(奮鬪)'를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뜻이라 밝혔는데, 대형 금융그룹 수장이 사용하기엔 낯설고도 거친 해석이라는 평가다. 잇단 금융사고와 기대치를 밑돈 실적 등으로 임 회장과 그룹 내부에 위기의식이 깊숙이 박혀있다는 방증이다. 그의 당부처럼 우리금융이 현 상황을 기회로 삼아 하반기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2일 '2024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을 갖고 고객 신뢰 회복과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자리에는 14개 자회사 대표와 전략담당 임원, 그룹 우수직원 등 임직원 약 120명과 올 9월 내 우리종합금융과 새 증권사로 출발하게 될 포스증권의 임원 2명도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주목받은 것은 임종룡 회장이 꺼내든 '단어'였다. 임 회장은 '뼈아픈' '절벽 끝' '분투' 용어를 잇달아 언급, 대형 금융그룹 수장으로서는 사용하기 쉽지 않은 표현들을 썼다. 그는 1년 전인 지난해 7월에도 임직원들에 '벼랑 끝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전한 바 있다. 우리종합금융을 시작으로 우리자산운용,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5개 자회사를 차례로 방문해 실적 개선을 주문한 자리에서였다. 당시 5개 자회사 중 우리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의 상반기 순익이 전년보다 악화하자 임 회장은 이들 자회사 대표 등을 각각 대면, 하반기 방향을 구체적으로 주문했었다.
1년 만인 올해 7월, 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뼈아프다'는 말로 절박함을 또다시 드러낸 부분은 지난달 발생한 영업점 금융사고를 두고 나왔다. 그는 "임직원 모두 절벽 끝에 선 절박한 마음으로 자성하자"고 했다. 올해 초 우리은행 지방의 한 지점에서 100억원대 고객 대출금 횡령 사고가 발생했는데, 2022년 700억원대 대규모 금융사고 적발 후 2년 만에 다시 터진 사고였다. 그사이 그룹과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잇달아 교체, '내부통제 경성' 목소리를 연거푸 내왔음에도 두 CEO 취임 후 발생한 사고여서 조직 내 큰 충격을 줬다. 임 회장은 이번 횡령 사고 후 임직원들에게 "참담하다"는 말로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 끝부분에서 임 회장은 "14개 자회사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분투해 나간다면 시장과 고객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이 '분투' 단어를 언급하자 비장함이 감돌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앞부분에서 '뼈아프다'는 말로 임직원들에 잇단 금융사고 관련 자성을 촉구했다면, '분투'는 현 수준에 머물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완곡한 부탁이 담긴 단어로 해석된다.
실제 우리금융은 은행·비은행 모두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 당기순이익의 96%가 은행에서 나왔다. 다른 13개 비은행 계열사 비중이 고작 4%라는 얘기다. 이 탓에 우리금융은 KB금융(8620억원), 신한금융(2740억원), 하나금융(1799억원) 등 다른 대형 금융그룹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음에도,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분기 순익 1조원을 밑돌았다. 은행의 경우 조병규 행장이 '국내은행 순익 1등' 목표를 공언했지만 1분기 순익(7900억원)은 외려 전년보다 8.4%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은 이번 워크숍에서 "하반기를 대반등의 기회로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우리금융은 남은 하반기 증권사 출범·통합 앱 출시 등 굵직한 신사업이 줄줄이 예고돼있다. 횡령 사고와 낮은 실적 등으로 수년간 조직 내 박혀있던 패배감을 뿌리뽑을 수 있는 기회다. 우리금융은 하반기 전략 키워드로 '핵심' '혁신' '신뢰' 세 단어를 꼽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하반기 우선 핵심예금 등 그룹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지면서 기업금융·자본시장·자산관리 등을 강화해 고객·수익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증권사의 경우 출범 초기에 대대적인 신규고객 확보 등 비즈니스 역량을 집중하고, 11월 말 그룹 통합 앱의 성공적 출시와 내년 초 증권 MTS 출시 등 디지털·IT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