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 시장에서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의 증권주 원픽은 한국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였다.
한국금융지주는 그간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충당금으로 인해 저평가 받던 대표적인 증권주다. 부동산PF 관련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되면서, 한국금융지주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22조8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1998년 집계 이후 반기 기준 최대 규모로 8개월 연속 순매수 연속 순매수 기록이다. 외국인 주식 보유액은 85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7조9000억원 증가했으며,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30.0%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증권주 순매수액과 주가 상승률 [자료 한국거래소]](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728/art_17205736330056_1e3763.png)
종목별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금융지주가 491억원으로 코스피 종목 중 전체 87위를 기록했다. 이어 41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키움증권이 전체 96위로 상위 100위권 안에 들었다. 외국인 순매수 3위 증권주는 NH투자증권으로, 37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유진투자증권 32억원, 신영증권 2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들의 상반기 수익률은 어떨까.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와 다소간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상승 흐름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일부터 6월 28일까지 한국금융지주는 6만1300원에서 7만원으로 8700원(14.19%) 올랐다.
한국금융지주는 올 1분기 증권가에서 적극적인 선제 적립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 대비 큰 금액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으로 적립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순이익 3404억원과 함께 수수료 이익이 증가하고 부동산PF 리스크도 꾸준히 해소됐다는 평가였다.
시장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2% 늘어난 2290억원으로 컨센서스 2193억원을 4.4%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어 키움증권은 9만9500원에서 12만5900원으로 2만6400원(26.53%) 상승했다. 증권주 중 상승률 3위에 해당한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210만주를 소각하겠다고 했고 5월에는 상장사 중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나타냈었다.
이어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22.85% 상승으로 4위였고 유진투자증권은 무려 63.51%가 올라 압도적 1위였다. 이어 LS증권이 33.16%로 두번째로 높았고 신영증권은 20.67%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각각 33.84%, 14.19% 올랐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증권 업종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 자금이 신흥국 등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주는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이후 오랜 기간 주가 조정을 받아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이후 부쩍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경쟁을 벌이고 있어 외국인 순매수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전히 증권주 투자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안 연구원은 "부동산 PF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에 3분기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 시행의 영향에 대한 부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