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카카오뱅크가 영업이익경비율(CIR) 개선에 실패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중 경영효율성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꼽혔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대부분 항목에서 비용이 늘어난데다 이자이익 성장세가 판관비 증가율을 밑돌면서 인터넷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CIR이 높아졌다.
지난해 4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주택담보대출 확장 계획을 발표하며 "일등 금융 생활 필수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CIR이 시중은행 수준으로 튀어오르면서 앱 경쟁력은커녕 인터넷은행의 강점인 '무(無)점포'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IR, 유일한 35%대…케뱅·토뱅보다 최대 7%p 높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1~3월) CIR 35.2%를 기록했다. 'CIR'은 은행의 대표적인 경영효율성 지표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총영업이익 중 인건비·임대료 등 판매관리비의 비중을 나타낸다. CIR이 낮을수록 작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내 경영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다. 특히 CIR은 인터넷은행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이 없어 시중은행보다 비용 효율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CIR은 전년 동기(33.1%)보다 2.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또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가 CIR 개선에 성공, 시중은행을 포함해 은행권 최저 수준인 20%대 진입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뱅크의 올 1분기 CIR은 29%로 전년 동기(30.08%)보다 1.08%p 좋아졌으며, 토스뱅크는 28.06%로 1년 전(44.66%)보다 16.6%p 대폭 개선됐다.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만 유일하게 CIR 35%를 넘어선 것으로, 다른 인터넷은행과 견줘 최대 7%p 이상 차이가 난다.

카카오뱅크 CIR은 35%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말 39.6%이던 CIR은 1년 만인 작년 3월 말 6.5%p 개선돼 33.1%로 낮아졌다. 하지만 1년새 다시 2%p가량 올라 올해 35%를 돌파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형 시중은행인 신한은행(36.03%), 하나은행(37.4%)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업점이 없어 비용 효율화에 유리한 인터넷은행 특징이 카카오뱅크에서 만큼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비용 효율화·수익성 확대 필요..."성장 부가가치 증명해야"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CIR이 상승한 데는 일차적으론 판관비 증가 때문이다. 3월 말 카카오뱅크의 판관비는 1137억원으로 전년 동기(928억원)보다 22.5%(209억원) 상승했다. 판관비를 구성하는 인건비·감가상각비·임차료·광고선전비·전산운용비 등 6개 세부 항목 가운데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5개 항목이 1년새 모두 두 자릿수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분기별 판관비는 내내 1000억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2022년 4분기(1303억원) 1000억원대를 기록하더니, 이후 작년 1분기(928억원)를 제외하고 2023년 2분기~2024년 1분기 4개 분기 연속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자이익 성장세가 판관비 증가율을 하회한 점도 CIR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이자수익은 5823억원으로 1년 전(4515억원)보다 29%(1308억원)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자비용이 1893억원에서 2812억원으로 48.5%(919억원) 더 크게 불어났다. 이에 3월 말 카카오뱅크의 순이자손익은 3011억원으로 1년 전(2622억원)보다 14.8%(389억원) 성장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 증가율(22.5%)보다 7.7%p 낮다.
인터넷은행 중 CIR이 가장 크게 개선된 토스뱅크의 경우 1년새 카카오뱅크(10.2%)보다 훨씬 큰 폭(29.1%)으로 직원 수가 늘어 판관비 증가가 불가피했지만, 순이자손익이 57% 급증하며 경영효율성 상승을 견인했다. 카카오뱅크가 판관비 효율화 노력에 더해 수익성 증대에도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의 3월 말 순이자마진(NIM)은 2.18%로 1년 전(2.62%)보다 0.44%p 낮아졌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는 여수신과 관련한 수익성, 성장성 등의 지표가 직전보다 악화된 상황"이라며 "그동안 여수신을 통해 확보해 온 고객군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함으로써 대출 일변도를 넘어 성장의 부가가치를 증명할 때"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CIR의 경우 2022년 42.6%에서 2023년 37.3%, 올해 1분기 35.2% 등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1분기 CIR이 작년 1분기보다 상승하긴 했지만, 회사 성장과 함께 비용효율성도 꾸준히 높여 CIR 개선 추이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