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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주총 D-7] 구지은 vs 구본성, ‘아워홈 경영권’ 향방은?

‘남매의 난’ 아워홈, 31일 임시주총···구지은 부회장, 6월3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
삼녀 구지은 부회장·차녀 구명진 VS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장녀 구미현
오너 일가, 아워홈 지분 98% 이상 보유···노조는 구지은 부회장 지지

[FETV=박지수 기자] 범LG가(家) 식품기업 아워홈의 임시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경영권을 놓고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등 남매간 갈등을 겪는 가운데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내 여동생이자 현 대표이사인 구지은 부회장이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과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 가운데 누가 승기를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오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임시주총을 연다. 지난달 1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에 대한 재선임안이 부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6월 3일 끝난다.

 

아워홈은 앞선 지난 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구 명예회장 장녀인 구미현 씨와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안을 가결시켰다. 반면 구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부결시켰다. 주총 결과, 현재 아워홈은 구미현 씨 부부 두 명만 사내이사로 선임된 상태다. 상법에 따르면 자본금 10억원 이상 회사의 경우 사내이사 3명을 두도록 한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3일 전까지 사내이사를 추가 선임해야 한다. 그렇게 꾸려진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대표이사가 최종 확정된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 회장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이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3녀(구본성·미현·명진·지은)를 뒀다. 아워홈에서 벌어지는 '남매의 난'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구 명예회장 자녀 중 가장 먼저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15년 2월 부사장에 오르며 아워홈 승계 구도는 구 부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6일 구 부회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5개월 만에 갑작스레 보직에서 해임됐다. 2016년 1월 부사장직에 복귀했지만 그로부터 2개월 뒤인 3월 아워홈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그해 6월에는 오빠이자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범LG그룹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아워홈 지휘봉을 잡았다. 구 부회장은 좌천되다시피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LG그룹은 오너에게 아들이 없으면 친인척 자제를 양자로 입적해 후계를 이을 만큼 철저하게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한다.

 

이후 두 남매는 지속적인 다툼을 벌여왔다. 이후 구 전 부회장이 지난 2021년 6월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아워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구 부회장이 그해 6월 경영권 탈환에 성공했다. 구 전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도 진행 중이다.

 

당시 구 부회장은 장·차녀인 미현·명진 씨와 힘을 합쳤다. 당시 합산 지분이 59.6%에 달하는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수를 장악했다. 이날 구 전 부회장 해임안은 통과됐다. 미현 씨는 그동안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가 보복 운전 논란이 터지면서 동생의 손을 들어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세 자매가 힘을 합치면서 구 부회장은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고, 처음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구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벌써 9년 가까이 경영권을 놓고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아워홈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해온 미현 씨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가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아워홈 최대 주주는 장남인 구 전 부회장으로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막내인 구 부회장이 20.67%, 장녀인 미현 씨가 19.28%, 차녀인 명진 씨는 1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중인 주식 총합은 아워홈 전체 주식의 98.11%에 달한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손을 잡을 경우 57.8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구 부회장과 명진 씨의 지분을 합산 지분(40.27%)보다 17.57% 더 많다.

 

이에 구 부회장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자사주 매입 안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배당 가능 이익인 5331억원을 활용해 1년 안에 전체 지분의 61%에 달하는 자사주 1401만9520주를 사들인다는 내용이다. 구 부회장이 미현 씨 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이면 미현 씨 지분은 의결권이 사라진다. 상법 상 자사주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 부회장과 차녀 명진씨 지분 합계가 구 전 부회장 지분을 웃돌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아워홈 노동조합은 구 부회장에 힘을 실고 있다. 아워홈 노조는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 등 오너가가 사익을 도모하고 고용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현 구 부회장 경영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회사 성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본인의 배만 불리는 구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 주식을 즉각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 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 76% 늘어난 수치로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