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허지현 기자] 최윤정∙민정 등 최태원 SK그룹 회장 두 딸의 엇갈린 행보가 화제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은 지난해말 2024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SK바이오팜 사업개발 본부장'으로 발탁, 경영수업을 시작한 반면 차녀인 최민정은 SK하이닉스를 퇴사한 뒤 올해 초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 SK 울타리 밖에서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윤정∙미정' 두 자매의 이같은 엇갈린 행보가 향후 SK그룹 후계 구도의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은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를 통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SK그룹 '3세경영'을 위한 후계자 수업의 첫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바이오 분야는 SK그룹의 미래 핵심 먹거리인 만큼 오너 3세인 윤정 본부장의 임원 승진은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하다.
최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을 했다. 2017년부터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그는 경영전략실 전략팀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2019년에 돌연 휴직했다. 최 본부장은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고, 2021년 7월 SK바이오팜에 복직했다. 최 본부장은 SK 미래 사업인 바이오 산업에 대한 경영 경험이 있고, 이해도가 굉장이 높은 인물로 보여진다.
최 본부장은 미국 현지 연구 중심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본부장은 미래 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자회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사업 개발과 투자 등에서 업무 역량을 크게 인정받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본부장은 미래 유망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영 역량을 선보일 것"이라며 "제2의 세노바메이트를 찾은 업무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 본부장이 SK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반면 차녀인 최민정 씨는 지난 2022년 SK하이닉스 퇴사하며 SK그룹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상태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사실상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실제로 민정 씨는 지난 3월 미국에서 AI 기반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테그랄 헬스'을 공동 설립했다. 민정씨가 창업한 인테그랄 헬스는 환자의 심리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현지 기반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민정 씨는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에서 자본시장과 인수합병(M&A), 투자분석 등을 공부했다. 지난 2014년에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전역 이후에는 중국 '홍이투자'에 입사, 글로벌 M&A 업무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급으로 입사, 2022년 초 휴직했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원격 의료 스타트업 '던'에서 무보수 자문역을 맡고, 지역 비정부기구(NGO) '스마트'에서 교육 봉사를 하기도 했다.
한편 부친인 최 회장 역시 최근 대중매체 인터뷰를 통해 "나만의 계획이 있다.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 문화 속 다소 복잡한 경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승계를 위한 준비 과정 역시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자녀들은 지주사 지분이 전혀 없을뿐 아니라 친인척이 경영에 참여중인 만큼 향후 경영승계가 어떤 구도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