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인생 100세 시대란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고령화사회가 되는 일, 다시 말해서 오래 살 수 있어 고령자가 늘어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본래 기쁜 일이다. 의학의 발전, 사회보장의 충실, 공중보건의 정비 등을 배경으로 하는 선진국 수준의 혜택을 받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을 드러내 놓고 기뻐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과제는 생활 전반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고, 어떤 하나의 영역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우선은 노후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보장, 건강과 의료 및 복지정책의 충실함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삶의 보람을 확보하기 위한 고용정책이나 지역별 정책의 재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시장이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걸쳐있는 요소가 복잡하게 서로 관련돼 있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 가기 위해서는 행정이나 산업계, 국민들이 서로 연계돼 있는 형태로 협동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고령화사회, 장수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의 협동을 촉진하는 기폭제로서 장수 국가를 중심으로 현재 '노년학(Gerontology)'이 그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노년학 중에서도 고령자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고령자가 안전하고 적합한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노년학(Financial Gerontology)'을 금융업계와 대학 간 공동연구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일본의 최근 정부백서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비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보며, 또한 고령자 치매 발병률도 2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금융자산에서 고령자 자산의 비중이 약 70%에 가깝고 치매환자가 보유한 가계금융자산도 2030년에는 약 200조엔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금융청의 금융심의회는 고령층 금융자산이 불법금융이나 금융사기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고 고령자의 금융자산이 안전하게 투자돼 노후소득으로 활용되도록 지난 2019년에 대책을 발표한 바도 있다.
이러한 정부의 금융정책과 고령층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일본 금융업계는 대학들과 노년학에 기반한 공동연구를 추진해 왔으며 최근 그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무라 홀딩스는 게이오대학과 일본금융노년협회를 공동으로 설립해 협회에 은행, 증권, 보험회사를 포함 14개사가 참가하고 있다. 이 협회는 금융업계 임직원 대상으로 고령자 이해와 지식보급 사업, 고령자 응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츠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교토부립의과대학 등과 제휴해 치매환자 의사결정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직원 교육용으로 삼아 ‘치매환자 응대 실무 가이드’로 활용 중이다.
미국의 메릴린치은행에서도 금융어드바이저의 고령화에 대해 다양한 이해를 촉진하고 고객의 은퇴자산 지원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과 공동으로 2015년에 연수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다. 메릴린치은행의 장수 연수프로그램은 약 4000명 정도의 사내 금융어드바이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은퇴플랜에서 의료, 주택, 가족관계, 기증, 취미, 업무, 금융 등 7가지 우선과제에 대해 이해를 높임으로써 실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고령화 문제 해결에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복수의 문제가 동시에 연동되어 해결되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보장정책을 위한 재정문제를 고려하더라도 그 대책을 증세만으로 완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고령자가 가능한 오랜 기간 사회에서 활약을 계속해 나간다면 건강의 유지, 증진으로 이어져 의료에 의존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며, 연금 이외의 수입이 있으면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고, 납세자로서 재정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인 고립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금융업계 및 산업계에서도 고령친화 상품 및 서비스 개발, 판매 기법, 판매 채널, 리스크 관리 등의 실무에 대한 사내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대학 기관 등과의 산학 공동연구를 더욱 넓혀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구의 고령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금융서비스 면에서도 예외는 될 수 없다. 미국, 일본 등의 경우 금융서비스 중에서도 개인의 자산관리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고령자들이 금융사기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방어체제 구축이 긴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어 산학 합동으로 고령 투자자 보호에 주력하고 있음을 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존 금융 투자가의 절반가량이 고령자여서 인지기능 저하를 포함한 투자가의 고령화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령자를 부적당한 거래로부터 보호하고 금융업계가 시의적절 하게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제도면의 환경정비는 물론 금융 이외의 기관과 폭 넓은 제휴를 구축해 과제 해결에 나설 때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