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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사명변경’ 딜레마에 빠진 남양유업

창립 60주년 남양유업, ‘사명변경’ 카드 만지작···맛있는우유·17차 등 메가브랜드 다수 보유
1964년 고 홍두영 명예회장 창업···남양 홍씨의 본관에서 따온 사명 ‘남양’
오너경영 마침표···오너리스크·이미지 쇄신·사업다각화로 인한 사명변경 필요성

[FETV=박지수 기자] 남양유업이 ‘사명변경’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체제가 막을 내리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새주인이 되면서다. 남양유업 경영진은 회사이름 변경과 관련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남양’은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지 쇄신과 함께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60년간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맛있는우유GT’, ‘불가리스’,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 등 대표 브랜드 파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4년 3월 13일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념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당시 한국은 낙농업 불모지로, 6·25 전쟁 이후 분유가 없어 고통 받는 아기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일본산 탈지우유와 미국산 조제분유가 전부였는데 비싼 값을 치르고 먹인다고 해도 체질에 맞지 않아 탈이 잦았다.

 

이 같은 현실을 보며 홍 창업주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분유를 먹이겠다”고 다짐했고, 1967년 국내 최초 국산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선보였다. 남양유업은 지난 20년 간 4500억원 이상 투자 활동을 통해 유제품 제조업체 ㄱ운데 가장 큰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며 ‘아기 먹거리’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사건 사고와 총수 일가를 둘러싼 구설수에 휘말리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지난 2021년에는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홍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전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분 53%를 3107억원에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불과 4개월 뒤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한앤코가 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 선고 기일을 열고 홍 회장이 당초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선고 직후 당시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을 세우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3년간 치열한 분쟁 끝에 한앤코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잡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을 가결했다. 홍원식 전 회장 등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60년 오너경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과 각종 총수 일가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남양유업의 실적은 그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2013년 1조2299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94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가리스 사태가 있었던 2021년에는 매출액이 710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수익성 역시 악화일로다. 남양유업은 2020년 7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지난해 724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4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4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는 3100억원이 넘는다. 

 

한앤코는 새 경영진과 함께 남양유업의 대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경영 정상화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경영권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최우선인 사모펀드 특성상 수익성 개선은 불가피하다. 특히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너리스크’ 문제를 지운만큼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과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숱한 총수 일가의 구설수로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회사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남양유업의 사명이 창업주 일가인 남양 홍씨에서 유래된 만큼 사명을 바꿔 홍씨 일가를 연상케하는 이미지를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나기 위해 사명변경은 필수라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향후 단백질브랜드 ‘테이크핏’,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오테이스티’ 등을 통해 그동안 우유, 분유 등 ‘아기 먹거리’ 대표 기업에서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라이프케어’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올해는 남양유업이 창립 60주년 되는 해인만큼 새 출발 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맛있는우유GT, 불가리스, 초코에몽, 프렌치카페, 루카스나인, 17차 등 남양유업이 여전히 영향력이 높은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1100개의 대리점 등 영업망도 두텁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가져가되, 남양(NamYang)의 영어 앞글자를 따 NY와 관련된 사명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기술력과 제품은 뛰어난데다 새로운 경영진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