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415/art_17127999142777_3d4242.jpg)
[FETV=허지현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가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창사이래 첫 파업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노조 양측 모두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업을 예고한 노조를 향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래 내려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한 바 있다. 이후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 입금협상 갈등 등의 이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 노조 파업이 현실화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노조는 그동안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파업과 관련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삼성 노조가 파업 여부를 둘러싸고 실제로 찬반투표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 첫 만남을 시작으로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총 10여 차례 임금 교섭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노사는 협상안을 찾는데 실패했다. 임금 인상률(사측 제시한 5.1%), 성과급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등에 대한 이견이 컸다. 결국 노사 합의는 불발되고 노조는 삼성전자 5노조 통합 쟁의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한 노조원에 따르면 이번 쟁의권 결과는 조합원 2만 7458명 중 74%가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에 참여한 삼성전자 노조원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DX(디바이스 경험, 스마트폰)노조', '사무직노조', '구미 네트워크 노조' 등 5개 노조에 소속된 2만 853명이다. 이중 74%애 해당하는 2만 233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번 쟁의권 확보가 삼성전자 노조원들의 74%라는 압도적 지지율을 통해 이루어진 만큼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삼성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파업하는 '첫 사례'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DX(디바이스 경험, 스마트폰) 노조와 DS(디바이스 솔루션) 노조가 쟁의 활동에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쟁의권 확보에 노조원 수가 가장 많은 전삼노는 찬성했지만, DX노조 찬성표는 전체 노조원 6210명의 약 3분의 1인 수준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노조 파업이 강행될 경우 자칫 실적 부진이 노조 파업 때문이라는 후폭풍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노조 파업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중 하나다.
사실 노조 파업이 본격화할 경우, 24시간 가동되어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반도체 공장은 생산 라인이 한 번 멈추면 정상화 시점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 등 리스크가 큰 업종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이 불황에서 호황으로 접어 들었지만, 지속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노사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삼성 노조 관계자는 "이 회장의 리더십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 회장은) 양측 모두에게 합리적일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용 삼성 회장의 '삼성 경영'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커지는 노조 세력과 잘 협의해 잦아지는 쟁의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삼노, DX노조, 사무직 노조 등은 오는 17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DSR 타워에서 1000여명 정도 집결할 예정이다. 삼성 노조는 1000여명이 모인 의미 있는 집결과 평화적인 쟁의 행위에 우선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