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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의 P+R


피,땀,눈물 그리고…

[임현정의 P+R] 


내가 J 감독을 처음 만난 건 7~8년 전 세상에 필요한 의미있는 프로젝트들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홍보,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모임에서였다. 당시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 영상 감독이었던 그와의 인연은 그 자리에서 그렇게 잠시 스치듯 기억 속 저 멀리 까맣게 잊혀졌다.

 

그 후 7년 여의 시간이 지난 최근 우연히 그가 우리나라 전통 장인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클라이언트의 주문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자비와 재능기부로 7년 동안이나 말이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일본 전통 장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나는 우리 전통 장인들을 영상으로 남기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취지에 공감한 영상 전문가들 몇 명과 함께 전통 장인들을 영상에 담는 활동을 시작했다. 제작비 지원을 받고자 2년 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자 자비와 재능기부로 4년 간 네 명의 전통문화 장인들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밥벌이를 위한 일이 없는 날이면 카메라를 메고 지방으로 달려갔고 코로나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택배일을 해가며 제작비를 보충하기도 했다. 

 

그들이 카메라에 담은 장인들의 모습처럼 그들 역시 일년에 한 편씩 한 땀 한 땀 피, 땀, 눈물로 영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올렸지만 조회수는 몇 해가 지나도 100회를 넘기지 못했다. 한 멤버가 혹시나 해서 올린 아이돌 그룹 편집 영상은 하루 만에 수천 건의 조회수가 나왔다. 그것을 보고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그러던 그들이 전시장을 무료로 빌려주고, 전시 시스템을 지원해주고, 십시일반 후원비를 내주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최근 탑골미술관에서 이제껏 만든 영상 네 편을 상영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이 소식을 듣고 ‘내가 도울 일이 있겠구나’ 반가운 마음에 운영하는 홍보 플랫폼에 J 감독의 스토리를 소개했고 다행히 모 일간지와 공중파 뉴스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보였다. 이들의 사연이 저녁 8시 뉴스를 통해 소개되던 날 밤, 다 큰 어른인 이 아저씨들은 모두 펑펑 울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좋아하시고 아내가 뿌듯해했다고 한다. 

 

이후, 전시장에는 모처럼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고 새로운 기회들이 연결됐다는 기분 좋은 소식들도 들렸다. 전시회 뒤풀이에 초대되어 간 날, 촬영팀 멤버 한 명이 말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공인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세상의 유혹과 난관에 굴하지 않고 사명을 찾고 그것이 '소명(召命)'이 되어 지켜나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기에 더욱 가치있다. 그러나 아무리 가치 있는 일이라도 세상의 인정과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힘들고 지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욕구계층이론(Hierarchy of Needs theory)에서 '인정 욕구'는 기본 욕구(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 사이에 위치하는 중요한 욕구로 자아 실현으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어하며 이는 인간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갖는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의심의 길에서 확신의 길로 계기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J 감독으로부터 이제껏 홍보 일을 하던 중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인정과 칭찬이 필요한 인간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