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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요즘 금융사기는 말이죠"...은행은 '교육 중'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금융 접근이 어려운 시니어 고객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금융권의 모바일 서비스가 맞물려 확대되면서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도 덩달아 급증하자 어르신 고객이 디지털금융을 제대로 알고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60대 이상 스마트폰 보급률은 93.8%, 70대 이상은 59.2%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메신저 등을 통한 비대면채널 이용 증가로 사기수법이 대출빙자형에서 메신저피싱으로 전환됐는데, 고령층의 금융사기 피해금액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재 직접 만들고 '금융골든벨' 진행...교육 기부 일환

 

KB국민은행은 고령층의 비대면 금융 활용을 돕고 디지털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고자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벌써 6년째로, 전문가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시니어클럽협회 등을 방문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까지 239회를 개최했으나, 올해는 대폭 늘려 총 110회 교육을 제공한다.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디지털 책자를 통해 모바일뱅킹 활용법, 금융사기 유형·사례 파악, 보이스피싱 차단 앱 설치, 계좌정보 통합관리법 등을 알려준다. 국민은행 임직원이 직접 나서 빈번히 발생하는 디지털 금융사기에 대해 강의도 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문을 연 '시니어 특화점포'에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교육 콘텐츠, 디지털 기기 실습 프로그램도 담기로 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함께 만든 시니어 금융콘텐츠 시청각 자료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특화점포는 중·장년층들의 금융 문해력 향상과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 문턱을 낮추기 위해 신설된 곳으로, 경기도 고양시 탄현역출장소를 새단장했다. DGB대구은행도 시니어 특화점포 '대봉 브라보점' 문을 열면서 금융사고 예방 등 시니어교육 진행을 위한 세미나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BNK부산은행은 지난 1월 어르신 고객 900명을 대상으로 '시니어 금융골든벨'을 진행했다. 금융정보, 금융사기 대응, 금융소비자보호 등이 포함된 여섯 개 분야로, 참가자들은 2주간 온라인으로 미리 학습한 후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ZOOM)을 이용해 금융골든벨에 참여했다. 박두희 부산은행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는 "노년층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금융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기부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법' 만들어 교육 근거 제공 vs 42개월째 제자리  

 

은행들의 '교육' 움직임은 정부가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과 고령층 대상 신종 금융사기 등을 줄이기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놓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8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만든 데 이어 2022년에는 금융피해 예방교육이 포함된 '금융교육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금융교육 추진방안'을 발표, 고령층 대상 보이스피싱, 착오송금반환 예방·대응법 및 키오스크, 금융기관 앱 사용 등 보다 세부적인을 담았다.  

 

다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방안'에 그친 점은 아쉽다. 미국은 고령층의 금융착취와 금융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5월 '고령자안전법'을 제정, 미국 금융사들이 관련 법에 근거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도록 했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영국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를 '경제적 학대'로 정의, 2014년 제정된 '돌봄법'을 통해 고령층의 금융서비스를 보호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금융, 상거래 등 고령층의 소비생활과 관련한 금융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2014년 '소비자안전법'을 일부 개정해 금융사기 방지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2020년 8월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을 추진, 고령층 금융사기 방지 등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에 나섰으나 3년 6개월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 이 사이 국내 은행들은 위에 소개한 교육 활동 외에 자체 신기술 등을 통해 고령층 금융사기 예방에 힘쓰고 있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신한은행은 현금입출금기(ATM) 출금시 선글라스·모자 착용, 휴대폰 통화 등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거래 전에 고객에게 주의 문구를 보내고 있으며, Sh수협은행은 비대면 영상상담시스템을 만들어 본인확인 강화에 나섰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고령층의 디지털금융 접근 어려움으로 인한 관련 피해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금융사들이 금융사기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포괄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