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거리 모습.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311/art_1710315307483_333c3c.jpg)
[FETV=권지현 기자] 은행권 고객 유치전이 MZ세대(20대~40대 초반)에서 '잘파세대'로 옮겨가고 있다.
잘파세대는 MZ세대 중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와 M세대의 자녀인 알파(α)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일컫는 단어다. 10대 청소년에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까지 아우르는 잘파세대는 생애주기상 주요 과업인 학업·교우관계 만큼이나 금융·경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잘파세대의 주 소득원은 '용돈'이다. 추가 소득은 미션을 수행하고 리워드(보상)를 받는 '앱테크'를 통해 확보한다. 은행들은 용돈과 앱테크를 활용해 잘파세대가 합리적인 소비·저축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품·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뱅, '보상 속도'로 잘파세대 공략...인기상품은 다시 활용
초반 승기는 리워드 기간을 확 줄여 '이른 보상'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잡았다. 토스뱅크는 2022년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수시입출금 통장에 조건없이 연 2%를 주는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카카오뱅크는 1000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연 6% '26주적금'을 일찌감치 내놓았다. 케이뱅크도 만 17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자유 입출식 통장에 연 3% 이자를 매일 제공하며 이른 보상 대열에 합류했다.
기존에 없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주목을 끈 인터넷은행들은 자사 인기 상품을 활용하거나 새로 단장하며 잘파세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mini 26일저금'을 출시, 26일 동안 매일 500원에서 2000원까지 저축할 수 있도록 했다. 잘파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롯데월드, 배달의민족, 멜론, 올리브영, GS25 등과 제휴한 것이 특징이다. 케이뱅크는 자유 입출식 통장에 '구독료 돌려받기' 서비스를 추가, 쿠팡 와우 멤버십 혹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토스뱅크는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을 통해 이번엔 예금에 연 3.5% 이자를 미리 준다.
◇시중은행, 부모 통한 '마인드쉐어'...기존 상품에 미성년 서비스
시중은행은 이미 확보한 M세대 이상인 부모 고객을 통해 잘파세대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연초 LG유플러스와 손잡고 키즈폰 이용 자녀가 '아이부자'에 새로 가입하면 용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잘파세대 금융앱인 아이부자 신규 고객수를 늘리기 위한 복안이다. 아이부자가 처음부터 잘파세대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X세대 부모와 Z세대 자녀를 대상으로 2021년 6월 아이부자를 출시한 하나은행은 작년 11월 서비스 대상을 알파세대로 확대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앱 NH올원뱅크에서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도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본인의 휴대폰에서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개설하고, 자녀가 만 12세 이상이면 체크카드도 발급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면 자녀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NH올원뱅크 이용도 가능하다. 농협은행은 잘파고객 확보를 위해 쉬운 금융 용어를 사용하고, 식음료 브랜드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법정대리인 부모가 뱅킹앱 i-ONE 뱅크에서 자녀 계좌를 개설토록 했다.
◇'Z' '알파' 또 달라..."맞춤 관리해야 은행 생존 가능"
시중·인터넷은행들은 잘파세대가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 미래 고객 집단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익성만 고려한다면 잘파세대의 기여는 미미한 수준이다. 은행권 20대 미만 고객의 총수신잔액은 인당 평균 100만원 가량으로, 시니어 고객군의 100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잘파세대의 '증발'을 막기 위한 경쟁이라는 얘기다.
다만 잘파세대는 동일한 집단이 아니므로 성장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블루스톤 뱅크'는 마일스톤 계좌를 통해 23세 미만 잘파세대의 성장에 맞춰 차별적인 서비스‧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국내 유스(Youth)앱 중 잘파세대 성장을 고려한 앱이 보기 드문 것과 대조적이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잘파세대 시기별 관리 포인트를 변경하며 맞춤 제공될 수 있도록 은행들이 장기적 관점의 체계적 관리 방안을 계획해야 한다"며 "잘파세대에게 진정한 금융의 가치를 가이드할 수 있어야 이들의 긴 금융여정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