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최근 국내 상조회사들이 장례에 국한됐던 상조서비스를 크루즈, 반려동물, 웨딩사업 등으로 넓히고 있다. 장례에 비해 접근이 용이한 사업을 진행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조회사들이 부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다. 본업인 장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고객 유치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또 장례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조 가입자는 작년 말 기준 800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3월 가입자 수가 56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다만 상조업계 대다수 고객층인 중년·노령층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기존 상조 상품 가입률이 낮은 젊은 층을 확보해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
상조회사는 장례 행사가 발생해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상조회사는 부금을 완납한 고객이 장례를 치를 때, 장례지도사를 파견해주고 수의를 지급하는 등 약정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대형 상조회사를 예를 들면 선수금이 1조원을 넘지만, 한해 당기순이익은 300억원이 안 된다. 이마저도 장례 서비스가 순익에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지 않는다. 선수금은 가입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부금의 총액이다.
이에 상조회사들은 고객이 그동안 장례 서비스를 위해 납입한 금액을 크루즈 여행, 웨딩, 어학연수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들을 늘려가고 있다. 매출 발생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회사는 장례 행사가 발생해야 매출이 전환되는 구조다.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고객 혜택 차원에서도 회사 운용 측면으로 봐도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상조업계 양대산맥인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의 전략도 다르다. 프리드라이프는 제휴를 통해, 보람상조는 그룹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두 회사의 공통 서비스 중 가장 대표적인 건 크루즈 여행이다. 프리드라이프는 올해 크루즈 여행 항차 확대·장거리 항차를 전면 재개했다. 동남아, 유럽, 알래스카, 호주 등 장거리 항차를 크게 늘렸다. 최근 모두투어와 협력을 통해 여행 서비스 분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보람상조도 크루즈 여행 상품 탐크루즈를 선보이고 있다. 동남아, 서부 지중해, 알래스카, 북유럽 등 장거리 항차가 가능하다. 보람상조도 작년 11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휴상품을 출시했다.
프리드라이프는 교육, 홈 인테리어, 웨딩 등 다양한 전환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 생애주기별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은 웅진싱크빅, 홈 인테리어는 현대리바트, 웨딩은 전국 웨딩 전문업체 등과 제휴를 통해 고객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교육·가전 상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워 가입자 유치를, 제휴업체는 상품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보람상조는 그룹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보람그룹은 보람상조를 비롯해 건설, 바이오, 제조, 반려동물 등 2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보람상조는 반려동물, 생체보석, 바이오, 웨딩컨벤션 등에 출사표를 던지며 상조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보람상조는 반려동물 전용 장례 서비스 스카이펫을 출시하고 계열사들이 확보한 바이오 원천 기술로 펫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카이펫을 시작으로 먹거리와 건강관리를 위한 펫푸드·건기식 상품, 반려동물을 기억할 수 있는 생체보석 등이다.
또 다른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는 특성상 젊은 세대보다는 중장년 세대가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다. 물론 젊은 세대도 나이가 들면 상조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온다”라며 “회사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젊은 세대들도 상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이에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한 서비스나 상품들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