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그 많던 은행 메타버스는 어디로 갔을까

메타버스 수요·시장 위축에 은행권 관련 서비스 개발 '뚝'
"사업 진행, 확답 못해"...지속 위해선 분석·전략 선행돼야

 

[FETV=권지현 기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열기가 한풀 꺾이자 은행들의 관련 사업 소식도 자취를 감췄다. 

 

은행들은 메타버스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수요가 빠르게 식으면서 지속 여부와 추가 서비스 일정 모두 미정인 상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전문 기업 컴투버스, 취미·여가 콘텐츠 중개 플랫폼 솜씨당과 '메타버스 클래스' '금융 인프라 구축' 등에 합의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메타버스에 참여한 소상공인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취약계층에게 원데이 클래스 등 여가 생활을 지원한다는 공동 목적에서다. 

 

하지만 메타버스 수요와 시장이 빠르게 줄어드면서 3사간 협력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5개월 만에 흐지부지됐다. 당시 김소정 하나은행 디지털그룹 부행장은 "문화, 금융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져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메타버스 세계가 구현되기를 기대한다"면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 실천도 이어지도록 전략적 협업을 지속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 시장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사업계획들이 변경되고 있어 컴투버스 또한 발빠르게 사업을 개편하고 있다"면서 "당초 하나은행은 컴투버스, 솜씨당과 함께 가상공간에서 교육을 받고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클래스 서비스를 공동 기획했으나, 시장변화 흐름에 맞춰 전체적인 변화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컴투버스의 서비스 오픈일정에 맞춰 향후 옴니클래스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4월 메타버스 전문 스타트업 그리드와 함께 메타버스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 '디지털 연수원' 문을 열었지만,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어갈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같은 해 1월부터 3개월 간 그리드 메타버스 플랫폼 '모임'에서 시범사업을 한 뒤 두 서비스를 내놓았다.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는 전담 센터장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책금융대출, 상권·입지 분석, 각종 사업계획 수립 지원 등 컨설팅을 제공하며, 디지털 연수원은 우리은행 직원들에게 대면·비대면 교육을 지원한다. 

 

당초 우리은행은 디지털 연수원의 경우 디지털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진행하고 향후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었다. PC와 모바일에서만 가능했던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XR기기(확장현실 기기)로까지 접근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고객 관심과 수요가 줄어들면서 향후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와 디지털 연수원 모두 현재 운영은 하고 있는데, 지속 활용 여부는 이용률과 향후 활용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2년 11월 금융권 처음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사진>을 자체 구축해 관심을 모았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후속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확장·연결해 만든 가상 공간인 시나몬은 금융·건강·아트·스포츠존(Zone)과 스토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2개월 동안 시즌제로 운영되며, 2023년 3월 시즌2에 이어 6월까지 시나몬 시즌3를 진행했다. 현재 시즌4 오픈 일정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메타버스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최고경영자(CEO)들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모습을 감췄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2월 메타버스에서 개인·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윤종규 당시 회장이 참여한 투자 컨퍼런스 'KB 인베스터 인사이트 2023'을 열었다. 하지만 2024년 행사는 KB증권과 협업해 작년 11월 KB금융 신관에서 진행,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하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은 2022~2023년 2년 연속 고객·직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패널 발대식'을 메타버스로 치렀으나, 올해도 가상공간에서 열 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후 대면 활동에 큰 제약이 없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관심이 메타버스에서 다른 분야로 이동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향후 은행들이 메타버스 사업을 이어가려면 금융소비자와 플랫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초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은행들이 메타버스 경쟁을 펼쳤지만, 단순한 화면에 캐릭터를 배치한 뒤 간단한 클릭을 유도하는 초기 수준의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김윤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2022년 9941명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4.2%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고, 10대 미만과 10대에서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면서 "게임 기반 서비스 이용이 많고, 가상 오피스나 교육 기반 서비스 이용은 저조한 편이었다"고 했다.

 

이어 "메타버스 서비스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주 사용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층에 소구할 수 있는 콘텐츠와 마케팅 방식에 주목해야 하고, 향후 기성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업무나 교육, 소셜서비스 등으로의 콘텐츠 다양화과 편의성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