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차]](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207/art_17077844752342_6712e6.jpg)
[FETV=김창수 기자] 2024년도 설을 넘겨 어느덧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 여전히 기업 경영 기회와 위기가 상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하방 사이클이 끝나가고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는 등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수천, 수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이끌고 경영 최전선에서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FETV는 갑진년 신년을 맞이해 전자·자동차·정보기술(IT)·정유화학·유통 등 산업계 주요 분야에서 남다른 리더십으로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면면을 조명하고 경영 전략을 들여다보는 "2024 CEO열전"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지난해 호황을 보인 가운데 현대자동차 또한 역대 최대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며 힘차게 비상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14.5%, 56.7% 성장했다. 현대차 역대급 실적의 일등공신으로는 ‘정의선의 남자’로 불리는 장재훈 사장이 첫번째로 꼽힌다. 장 사장은 비(非)현대차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 합류 후 제네시스 브랜드 육성, 사내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일궈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장재훈 사장은 1964년 8월 3일 출생인 ‘용띠 CEO’다. 서울고와 고려대(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했다. 지난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 상무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현대차로 소속을 옮겨 생산개발기획사업부장과 고객가치담당 겸 고객채널서비스사업부장, HR사업부장을 거쳤다. 그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지냈다. 이어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역할이 커졌고 2020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뢰하는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지난 2018년 말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과 함께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자리에 있었다. 정 회장이 본격적으로 현대차그룹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조직 문화 개선, 해외 시장 공략 강화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시기다.
업계에선 장 사장 최대 강점으로 현장 친화 행보와 활발한 소통 능력을 꼽는다. 이같은 역량을 앞세워 장 사장은 과거 보수적이었던 현대차내 조직 문화 유연화에 크게 기여했다. 장 사장은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9년 더 뉴 그랜저 출시 행사, 2022년 1월 제네시스 G90 미디어 쇼케이스, 같은 해 7월 부산국제모터쇼 등에서 단순 참석뿐 아니라 전시관을 둘러보는가 하면 자사 차를 직접 몰아보는 등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장 사장은 과거 한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아이오닉6 디자인이 포르쉐를 연상시킨다는 질문에 “포르쉐 911은 수십년간 명확한 철학을 지향하는 특별한 모델”이라며 “후속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인정할만하다"고 타 브랜드에 대해 솔직히 평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도 장재훈 사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장 사장은 앞서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맡아 2020년 12월 제네시스의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70의 성공적 출시를 이끌었다. GV70는 GV80에 이은 제네시스의 두 번째 SUV다. 대형인 GV80보다 수요가 많은 중형 SUV인 만큼 제네시스의 점유율을 한층 높이는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현대차가 절치부심한 모델이다.
장 사장은 2020년 12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GV70 글로벌 론칭 행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지향점을 설명했다. 장 사장은 “우리는 한국적 감성과 미를 통해 글로벌 고객과 소통한다”며 “GV70를 통해 고객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량은 브랜드 출범(2015년 11월) 이후 7년 10개월 만에 100만대를 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23% 증가한 6만9175대를 판매,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가운데)이 'CES 2024'에서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207/art_17077845097967_3da170.jpg)
장 사장의 눈은 이제 미래 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1월 열렸던 ‘CES 2024’에서 장 사장은 “자동차 회사가 언제까지 차만 만드나, 그런 시대는 지났다”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수소 생태계 구축 등 현대차그룹 비전을 밝혔다. 특히 수소 사업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했다. 장 사장은 CES에서 “직접 수소 생산에 뛰어드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 가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에너지원 자체까지도 같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소, 재생 에너지, 친환경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 부분이 지금 남들보다 빨리, 많이 하는게 답”이라며 “투자는 지금까지 해온 것만 봐도 조 단위 이상 해 왔고,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며,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하느냐, 경쟁력을 갖춰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또 그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더 궁극적으로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수소 사업 확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HTWO 그리드 솔루션’은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내 각 계열사 역량을 결합해 수소의 생산·저장·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현대차 수소 사업 브랜드다. 수소 산업의 모든 밸류체인을 연결해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 사업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장 사장은 현대차가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내다 봤다. 아울러 모빌리티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수소 생산하는 영역까지 과감히 범위를 넓혀 수소 사회 도래를 앞당기겠다는 장 사장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