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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순익 1등 하려면...우리은행이 넘어야 할 3개의 산

조병규 우리은행장 "올해 당기순이익 1등" 목표 공개...'시점 제시' 이례적
'기업영업' 끌어올리고 '건전성지표' 개선해야...'디지털 영토' 확장도 과제

 

[FETV=권지현 기자] 취임 반년이 지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목표를 내놨다. 중장기적으로 미래금융 선도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도 했다. 

 

은행장이 시점까지 콕 찍어 순익 1등 목표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권이 이전보다 '상생 금융'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앞서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올 한 해를 대하는 조 행장의 태도가 남다를 것이란 방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국내외 임원, 지점장급 등 1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올해 사업계획 달성 등을 위한 전략 공유와 다짐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참석자와 내용 모두 '영업'에 초점을 뒀다는 얘기다.

 

 

조 행장이 '대놓고' 1등 목표를 꺼내든 데는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 2조29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 줄어들었다. 전년 성장률이 약 20%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새 급격히 쪼그라든 수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2% 늘어나 2조9000억원에 육박했으며, 신한은행은 0.3% 소폭 감소해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23.3% 성장해 2조7700억원을 나타냈다.

 

9월 말 기준 2021년, 2022년 2년 연속 하나은행을 앞질렀던 우리은행으로선 조급해 질 수밖에 없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순익 1등 목표를 밝히면서 "1등 은행을 경험해본 저력과 자부심을 발휘하자"며 임직원을 독려했지만, 1등 은행 경험을 추억하기에 앞서 당장 3등 자리 지키기에도 '발등에 불'인 셈이다. 

 

순익 1등을 위해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영업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고금리 기조, 주택가격 하락세 등으로 개인대출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대형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기업영업을 바짝 조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승기를 잡아 이자이익을 대폭 확대하려는 계산이다. 이에 조 행장은 작년 7월 취임 일성으로 "기업금융 시장 선도"를 밝히기도 했다. 그 자신이 기업영업부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영업통이다. 올해는 온전히 자신의 체제에서 실적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상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9월 말 기준 대기업 및 중소기업 대출이 연초 대비 각각 21.%, 2.1%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평균은 대기업 25.8%, 중소기업 3.9%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산규모 격차가 적은 하나은행의 영업력을 따돌려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37.9%, 중소기업대출 8.7% 크게 늘었다.  

 

1등을 '건강하게' 달성하려면 건전성 지표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은행의 작년 9월 말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22%로, 1년 전보다 0.05%포인트(p) 높아졌다. 지난해 1분기까지 0.1%대를 유지하던 NPL비율은 2, 3분기 연속 0.2%대로 상승했다. NPL비율은 금융사가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을 낮춰야 한다. 우리은행의 9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2%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4%p 상승했다. 이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년 새 0.17%p 상승한 0.38%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업대출 고삐를 조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해석되지만, 대출이 느는 만큼 연체율이 반드시 비례해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다.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보다 기업대출을 크게 늘린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각각 0.07%p, 0.09%p 상승했다.

 

모바일 플랫폼이 경쟁사보다 뒤처진 점도 1등을 노리는 우리은행이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우리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금융그룹은 은행을 필두로 이른바 '슈퍼앱'을 출시,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집중해 고객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은 슈퍼앱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에게 맞춤 상품·서비스를 추천해 간접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으며, 증권·카드 등 다른 금융사와의 연계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현재 우리은행 '우리원(WON)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약 800만명으로, 1200만명에 육박한 KB스타뱅킹의 3분의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