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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 '행장'에 대한 기억

'하나금융맨'에서 DGB금융 수장으로...지배구조·수익성 기반 다져
'격의 없는' CEO로 유명..."시중은행 전환, 2024년 역사적인 한 해"

 

[FETV=권지현 기자] "새로운 기업문화를 위해 나부터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겠다"

 

지난 12일 '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이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년간 DGB금융에서 그룹 회장, 은행장을 겸직한 데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십여 년을 하나은행·생명 등 하나금융지주에 몸담은, 흔치 않은 발자취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에서 부사장(하나금융지주), 사장(하나생명)을 지내고 다른 금융지주의 회장직에 오른 인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내부 연공서열과 순혈주의를 깨뜨린 성공사례로도 손꼽힌다.   

 

김 회장은 DGB대구은행장을 겸직하게 된 2019년 1월, 취임 일성으로 "권위의식을 버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DGB금융 회장으로서 은행장 명함까지 갖게 된 터라 한 인물에게 너무 많은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언급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의 우려를 정확히 인지, 취임 후 몸을 낮추고 '친근함'으로 임직원에 다가가려 노력했다. 

 

그는 취임 약속을 지켰다. 은행장 시절부터 직원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했다. 김 회장은 트레이드마크인 '흰머리' 덕분에 다른 CEO들에 비해 쉽게 눈에 띄는데, DGB금융 서울센터가 있는 을지로-청계천 인근을 지나다 보면 DGB금융 로고가 쓰인 남색 점퍼를 입고 산책을 하는 김 회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CEO가 회사 점퍼를 자주 애용하고 있으며, 서울에 있을 경우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을지로 사옥 주변을 함께 거닐곤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최대 업적은 '지배구조 확립'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DGB금융을 종합금융사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대구은행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그룹이 흔들리던 2018년 5월, 첫 외부출신으로 DGB금융 수장이 된 그는 '그룹 안정화'라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았다. 취임 후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라는 철학을 내세운 그는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최고경영자 육성·승계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수익성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취임 직전인 2017년, DGB금융은 총자산 67조원, 당기순이익 3022억원이었으나, 약 6년 뒤인 지난해에는 9월 말 기준 총자산 94조원, 당기순이익 4000억원을 달성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2018년 5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던 DGB금융그룹은 김태오 회장이 취임하면서 추진한 경영 혁신 활동에 힘입어 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최근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역동적인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용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용퇴를 결정했기에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김 회장이 '하나금융맨'으로서 DGB라는 새로운 밭에서 씨앗을 뿌리고 일궈온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면 그의 발자국은 분명 구별된다.

 

DGB금융 회추위는 약 5개월 간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거쳐 오는 2월 말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다. 김 회장과 같은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중요한 분기점에 와있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가 크며,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 그가 없는 DGB금융에 '조용하고도 강력한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