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진 H빌리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6623202142_a28bfb.jpg)
[FETV=박지수 기자] 2024년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으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 양극화 현상도 더욱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성비, 짠물 소비 등 불황형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라매김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자신의 소비엔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도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소비 양극화 현상이 유통시장을 관통할 것이란 게 전문가 집단의 중론이다. 이같은 소비 트랜드에 발맞춰 유통기업들의 판매 전략도 달라졌다. 아예 비싸거나 아예 저렴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서 어중간한 가격대의 상품과 마케팅은 사라지는 추세다.
◆경기 침체 지속···불황형 소비 확산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2023년 유통업계 10대 이슈’를 조사한 결과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1위로 꼽혔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내년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계속되고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가시화하면서 소매시장이 저성장기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국민 10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 결과에서는 올해 소매 유통 시장이 전년 대비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응답자 중 56.8%는 내년 유통시장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소비심리 위축(66.2%), 금리 인상 및 가계부채 부담 증가·고물가 지속(각각 45.8%)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소득 양극화는 소비 양극화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년 대비 33만6000가구 늘어난 750만2000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4.5%에 달한다. 1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010만원으로 전체 가구(6762만원)와 비교하면 44.5% 수준에 불과하다. 1인 가구 중 연 소득이 3000만원을 밑도는 곳은 61.3%로 1인 가구 10곳 중 6곳은 저소득 가구인 셈이다.
2024년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초저가 상품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편의점은 1인 가구의 2030세대가 주요 고객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슈퍼마켓의 저가 자체브랜드(PB) 리얼프라이스 상품들을 편의점 소비에 적합한 형태로 새롭게 기획해 1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아 용(龍)을 주제로 한 ‘대국민 용기 충전 행사’를 1월 한 달간 연다.
특히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공습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만물상’을 자처하며 수백만가지 상품을 싼 가격에 전세계로 배송해 주는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국내 물류센터 개설을 고려하고 있는데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자회사 테무 역시 빠르게 국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앱(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23년 10월 기준 613만명으로 G마켓(582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작년 7월 공식 출시한 테무는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300만 건을 넘겼다.
◆나를 위한 아낌 없는 투자···초고가 프리미엄 상품 인기
장기화된 고물가·고금리 현상에 평소엔 초저가, 특별한 날엔 초고가를 소비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명품시장은 굳건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물품 신고 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가방 수입액은 2018년 2211억원에서 지난 2022년 7918억원으로 258.1% 늘었다.
백화점은 우수고객(VIP)의 힘과 명품으로 새로운 기록을 써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중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넘겼다. 올해 강남점 구매 고객 중 VIP는 절반(49.9%) 수준으로 신세계 다른 매장 평균(35.5%)보다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최다 수준인 1000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명품의 경우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구찌(6개), 디올(4개) 등 카테고리별로 세분해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역시 올해 첫 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2년부터 백화점·에비뉴엘(명품관)·롯데월드몰과 시너지를 내면서 약 5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쇼핑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에비뉴엘 잠실점의 경우 3대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ㆍ루이비통ㆍ샤넬과 롤렉스 매장이 나란히 1층에 위치해 있는데 에비뉴엘 잠실점은 지난해 단일 명품관 기준 국내 최초로 1조 원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 됐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은 작년 12월2일 1조41억원의 매출(거래액)을 올리며 2021년2월26일 개점 후 33개월 만에 연 매출 1조원 점포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3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루이비통 여성매장을 품었다.
이 같은 현상은 고물가·고금리에도 소득 상위 계층의 소비 여력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설문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5분위) 계층의 60.9%는 내년에 소비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양극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소비 양극화 현상에 맞춰 그에 맞춰 상품 구색을 대응하고 있다. 중간 가격대의 제품은 오히려 외면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