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전략형 모델 '엑스터'. [사진=현대차]](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635211677_6f193e.jpg)
[FETV=김창수 기자]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전쟁 여파로 철수한 반면 인도, 동남아(아세안) 등 신흥 시장에서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도에선 ‘올해의 차’에 선정됐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일본차 텃세를 극복한 모습이다. 현대차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여파로 주요 시장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신규 수요지에서 맞춤형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을 현지 업체에 1만루블(약 14만원)을 받고 매각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장이 2년 가까이 가동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루블화 가치까지 폭락, 공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매각 조건에는 2년내 현대차가 다시 공장을 재매입할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러시아 정부 승인이 필요한데다 매입 가격 협상도 다시 해야 해 결과적으로 손실이란 평가다. 현대차의 기조 변화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감지된다. 현지에서 현대차는 바이든 정부 IRA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현대차는 이달 11일 미국 현지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지난 4월 국내에 먼저 출시된 이 차량은 5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2세대 전기차 모델이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 가격은 3만2675달러로 이전 모델(3만3550달러)보다 875달러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 IRA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냔 해석이 나왔다. IRA는 기본적으로 북미 내에서 최종 조립 및 생산된 차량에 한해 미 정부의 세액공제 지원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러시아에선 생산 기지 철수, 미국에선 전기차 가격 할인을 감행한 가운데 현대차는 인도,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시장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이들 지역에서 생산 거점과 판매망을 모두 갖추고 가격 경쟁력, 품질을 앞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전략형 모델 ‘엑스터’가 인도 최고 권위 상 ‘2024 인도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더불어 전기차 ‘아이오닉 5’도 그린카 부문에 선정되며 총 3개 부문 중 2관왕을 달성했다. 엑스터는 마루티 짐니, 혼다 엘레베이트 등 경쟁 차종을 제치며 인도 올해의 차를 차지했다. 아이오닉 5는 BMW i7, MG 코멧을 꺾고 그린카 부문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2008년 i10을 시작으로 ▲2014년 그랜드 i10 ▲2015년 엘리트 i20 ▲2016년 크레타 ▲2018년 베르나 ▲2020년 베뉴 ▲2021년 i20 등 올해 수상을 포함하면 인도 올해의 차에 총 8회 선정됐다. 인도 자동차 시장 브랜드 중 가장 많다.
현대차는 그동안 일본 브랜드 텃밭이었던 동남아 시장에서도 뛰어난 판매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아세안 주요 6개국 가운데 베트남에서 올해 10월까지 4만973대를 팔아 토요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세안 최대 시장 인도네시아에선 같은 기간 2만9633대를 판매,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 판매 순위는 2021년 13위에서 지난해 8위로 수직 상승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세안에서 21만834대를 팔아 ‘20만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판매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시됐다.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 연간 생산 3만 대가 가능하면서 신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했다. 이곳에선 기존 대량생산 방식 핵심인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소규모 작업장에서 근로자와 조립 로봇이 함께 맞춤형 차량을 생산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서 현대차가 약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맞춤형 차종 생산을 비롯한 뛰어난 현지화”라며 “특히 동남아 지역의 경우 인구가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아 대표적인 ‘블루 오션’으로 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