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올해 연매출 3조원을 넘기며 백화점업계에 새 기록을 썼다. 단일 유통 시설이 연 3조원의 매출을 올린 건 국내 최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본점 등 핵심 점포에 ‘고급화’를 앞세워 맹추격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일 기준 올해 강남점의 누적 매출이 3조원을 넘겼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강남점은 2010년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9년 국내 첫 매출 2조원 점포가 됐고, 4년 만인 올해 3조원의 벽을 뚫었다. 단일 점포 매출이 3조원을 넘긴 것은 영국 해러즈 런던(2022년 약 3조6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2022년 약 3조1600억원) 등 세계 유수 백화점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록이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고 매출을 달성한 데는 우수고객(VIP)의 힘이 컸다. 올해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중 VIP 비중은 절반(50%)으로 신세계백화점의 다른 점포 평균(35.3%)보다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최다 수준인 1000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명품의 경우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구찌(6개), 디올(4개) 등 카테고리별로 세분해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리적 특징도 VIP 확보에 한몫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호남선과 경부선, 영동선을 운행하는 고속버스터미널 및 서울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과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 올해 서울 외 지역에서 신세계 강남점을 찾은 고객은 전체 매출의 50%로 과반에 달했다. 수도권 고객도 23%로 타 수도권 점포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가 전체의 40%에 달했고, 20대도 10%를 차지했다. 올해 신규 고객 매출의 절반은 20~30대에게서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뉴컨템포러리 전문관과 프리미엄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선보여 MZ세대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 모았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스트리트 캐주얼(95%), 스포츠·아웃도어(52%) 카테고리 매출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뛰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100여 개국 외국인이 신세계 강남점을 찾으며 외국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587% 증가했다. 멤버십 가입 외국 고객도 372%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잠실점과 본점 등 핵심 점포를 키우며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2조5982억원의 매출을 올린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매출 3조원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잠실점의 경우 올해 약 2조8000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명품관인 에비뉴엘 잠실점의 경우 명품관 단일점 기준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본점도 올해 첫 매출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예상대로라면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 이어 본점까지 올해 연 매출 2조 원 이상 점포 두 곳을 보유하게 된다.

이들 백화점이 백화점업계에 한 획을 긋는 새로운 기록을 써 낼 수 있는 비결은 기존 점포를 새롭게 단장하며 고급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6년 신관 증축·전(全)관을 새롭게 단장해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났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2021년 남성해외 패션 전문관 개장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여성·식품·뷰티 상품군을 차례로 새롭게 단장하며 ‘고급화’에 힘썼다. 특히 잠실점은 지난해부터 백화점·에비뉴엘(명품관)·롯데월드몰과 시너지를 내면서 약 5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쇼핑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백화점 쇼핑 1번지 자리를 두고 양 사의 경쟁은 내년에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신세계백화점은 15년 만에 강남점 식품관을 새롭게 단장한다. 업계 최대 식품관인 1만9800㎡(약 6000평) 규모로 신세계의 식음(F&B) 콘텐츠 역량을 총집결할 예정이다. 국내외 최고의 디저트만 엄선해 선보이는 ‘스위트 파크’와 프리미엄 푸드홀이 들어서며, 업계 최초로 위스키·샴페인 단일 매장도 연다.

롯데백화점 역시 8대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럭셔리·프리미엄’ 전략에 맞춰 새롭게 단장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정준호 대표 직속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내년부터는 지방 중소형 점포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구 수성 복합몰 등 미래형 복합쇼핑몰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강남점의 국내 최초 단일 점포 3조원 달성은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결실”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고객의 삶에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 연말 ‘2조 이상 점포를 2곳이나 보유한 국내 유일의 백화점’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것”이라며 “내년 잠실점 3조 매출 돌파와 함께 명실공히 국내 ‘쇼핑 1번지’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