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2023년 화학업계의 최고 화두는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다. 특히 연말엔 국내외 화학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던 대기업소속 베테랑 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김준(1961년생) SK이노베이션 전(前) 부회장, 권영수(1957년생) LG에너지솔루션 전 부회장, 김교현(1957년생) 롯데케미칼 전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글로벌 화학 및 에너지 시장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거진 실적 부진으로 물러나거나 그룹 최고경영진의 '젊은 피' 수혈 의지에 따른 반사작용 등 CEO 세대교체 이유도 제각각이다. 세대교체로 물러난 이들 화학CEO 3총사는 모두 신입사원을 거쳐 부회장 명패까지 받아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화학CEO 3총사는 현장경영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극대화하고 이를 발판삼아 소속회사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남다른 경영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경영능력에 힘입어 기업내 핵심 요직을 두루거쳤고, 기업내 2인자로 통하는 부회장 자리까지 꿰찼다.
이들 화학CEO 3총사는 올해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아름다운 용퇴를 선택했다. “박수칠 때 떠난다”라는 말처럼 40년 넘게 몸담은 회사에서 좀 더 젊고 능력있는 후임에게 CEO 자리의 바통을 넘겨줬다. 이들의 선택은 결국 화학업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사실 SK이노베이션의 김준 전 부회장은 1987년 SK의 전신인 유공 신입맨으로 SK의 발을 들어선 뒤 부회장 반열까지 오른 최태원 회장의 남자로 불렸던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지난 8일 퇴임과 동시에 부회장직은 유지키로 했다. 그는 SK그룹 내 핵심 요직을 거치면서 지금의 SK그룹의 종합 통신․화학·에너지 사업의 성장 가도를 이끈 핵심 주역 중 한명이다.
김 전 부회장의 SK내 경력으로는 이렇다. 그는 ▲유공(SK 전신) 석유사업기획부(1987~2006)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2006~2009) ▲SK 물류서비스실 실장(2009~2012) ▲SK 포트폴리오 매니저먼트 부문장(2012~2014)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 팀장(2014)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 본부장(2015) ▲SK에너지 대표(2015~2017) ▲SK수펙스추구협의회 에너지 화학위원회 위원장(2017) 등의 요직을 거췄다.
그런 뒤 2017년부터 그는 종합 화학·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에는 다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로 돌아왔다. 그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2018~2020)과 SK이노베이션 부회장(2021~2023) 등을 맡고 있다. 김준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박상규(1964년생) SK엔무브(윤활유 사업) 사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44년간 고(故) 구본무 회장시절부터 줄기차게 LG맨으로 맹활약 했다. 그는 처음 LG전자에서 신입시절을 보냈다. 그는 1979~2006년까지 27년이라는 시간동안 LG전자에서 신입부터 사장까지 오르면서 승승장구했다.
권 부회장은 2008년~2012년엔 LG디스플레이 사장직으로 이동한 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맡았다. 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LG유플러스 부회장을, 8월엔 LG그룹 지주회사인 LG 부회장 명함을 받았다. 권 부회장은 그 뒤 2021년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을 물적 분할를 통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전 부회장도 자타가 공인하는 롯데맨이다. 그는 1984년 당시 호남석유화학에서 신입맨으로 출발했다. 줄기차게 현장 경험과 경영 감각을 키우면서 2011년 전무까지 올랐다. 그는 2014년부터 현(現) 롯데케미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같은해 2014년 말레이시아 법인 LC타이탄 법인에서 대표를 맡으면서 고(故)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화학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12월부터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직과 부회장으로 승진까지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화학 CEO 3인은 각각 그룹내 신입부터 줄기차게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부회장인 2인자 반열까지 승승장구 했다”면서 “올해 더 젊고 능력있는 후임 사장에게 바통을 넘겨줄때가 됐다는 판단하에 그룹 내 아름다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