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왼쪽), 조현범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0/art_17025133797089_555b15.jpg)
[FETV=김창수 기자]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 지지를 밝힌 가운데 조 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 편에 선 각 사모펀드들은 대리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회사가 3분기 높은 실적을 올리며 투자 확대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한국타이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공개 매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명예회장은 논란이 일고 있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관해 이와 같은 의견을 임직원들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내줄 수 없다”며 “다시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정리하겠다. 시장을 교란해 개인투자자 손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양래 명예회장은 상황이 나빠질 경우 사재를 털어서라도 경영권 방어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조현범 회장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간 경영권 다툼은 각 편에 서 있는 사모펀드 및 관련 업계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조양래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 차녀 조희원 씨와 손잡고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1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고 있다. 이달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를 공개매수, 50% 넘는 지분을 확보한 후 경영권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달 5일 경영권 싸움 발발 이후 한국앤컴퍼니 주식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1주당 2만 1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MBK 측이 매수 금액을 올리지 않으면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MBK 라이벌이자 조현범 회장 측 우군으로 꼽히는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이번 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 2015년 한국앤컴퍼니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공동 인수한 자동차용 공조회사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 중이다. 8년 전 양사는 각각 2조 8400억 원, 1조 1000억을 투입했고 현재도 지분을 50.5%, 19.49%씩 나눠 갖고 있다.
![경기도 성남 판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옥. [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0/art_17025134165226_411ffa.jpg)
당시 인수는 한앤코에서 주도했지만 한상원 한앤코 사장 전략에 공감한 조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빠르게 결단, 거래를 종결지었다. 1972년 1월 생인 조 회장은 1971년 생인 한 사장과 친구 사이다. 장기화하는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이 고공행진 중인 계열사 한국타이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타이어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2조 3401억원, 영업이익 396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1.8%, 10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4%에서 16.9%로 두 배 넘게 뛰었다. 한국타이어는 원재료가 안정화,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미국 테네시 생산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공개 매수 실패 가능성을 모르고 뛰어든 건 아닐 것”이라며 “조양래 명예회장의 경영권 분쟁 참전으로 사태가 조 회장 측 승리로 기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