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올해 유통업계 연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로 압축된다. 고물가 상황 속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내년에도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빅3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불황 탈출을 위해 능력 위주의 젊은 인재를 경영 전면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2024년 불황탈출을 선언한 백화점 빅3의 인사 전략을 살펴봤다.
◆ 롯데그룹, ‘혁신’보다 ‘안정 속 쇄신’
롯데는 지난 6일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각 사별로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14명을 교체했다. 젊은 리더십을 전진 배치하고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외부 전문가 확보에 힘을 실었다. 여성 리더십 강화 등 미래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를 전무로 승진,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동시에 롯데 지주회사로 자리를 옮겨 향후 그룹 미래 먹거리 사업을 진두지휘토록 했다. 신 전무는 1986년생으로 올해 37살의 젊은 리더다. 2020년 5월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첫 입사한 그는 지난해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전무로 발탁됐다.
롯데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전체 임원 규모를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 화학군(HQ) 총괄대표 김교현 부회장과 고(故) 신격호 창업주와 신동빈 회장 비서실장을 역임한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등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퇴진하고,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 14명을 교체하면서 사장단 평균 나이도 전년 62세에서 57세로 무려 5살이나 젊어졌다.
김교현 부회장이 물러난 새 화학군 총괄 대표 자리에는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선임했다. 식품군 총괄 대표 이영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특히 롯데헬스케어 대표로 우웅조 상무를 선임함으로써 40대 대표는 기존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 에프알엘코리아 정현석 대표 등 총 3명이 됐다. 더불어 고수찬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부사장,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부사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부사장 등 총 3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는 최근 3년 내 사장 승진 중 가장 큰 규모다.
외부 인재 수혈도 지속됐다. 롯데물산 대표에 장재훈 JLL(존스랑라살) 코리아 대표, 롯데e커머스 대표에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 롯데AMC 대표에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를 내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물류 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롯데는 지난 9월 신민욱 롯데GFR 대표이사 전무, 10월 이돈태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 사장을 영입해 올해 6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한 바 있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롯데AMC 김소연 대표를 신규 등용하며 여성 리더십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여성 대표이사는 기존 롯데GFR 신민욱 전무, 롯데멤버스 김혜주 전무를 포함해 총 3명이 된다. 이는 2018년 첫 여성 CEO를 발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신규 여성 임원은 백화점 김지수 상무보, 홈쇼핑 조윤주 상무보, 호텔 김현령 상무보, 정보통신 오혜영 상무보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4명이 배출됐다. 그 결과 여성 임원은 2022년 47명(7%)에서 올해 54명(8%)으로 7명 증가했다.
◆ 신세계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40% 물갈이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20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약 40%가 바뀌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올해 인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을 적용해 직접 인사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용진의 남자로 불린 강희석 전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등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임했던 임원들이 떠났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선임하고 신세계백화점 신임 대표는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가 맡는다.
조직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한 명의 대표가 여러 계열사를 맡는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박주형 신임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고, 한채양 신임 대표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모두 이끈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함께 맡고 있다. 임영록 대표는 신세계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 실장도 겸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컨트롤타워 격인 그룹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하고 8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경영전략실은 계열사별 사업 조정과 지원, 통합 등 역할을 맡는다.
◆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 ‘내부 전문가’ 선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초 승진 17명, 전보 23명 등 총 4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4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지만 대표이사를 3명이나 교체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백화점 대표에는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부사장)이 내정됐다. 현대홈쇼핑은 한광영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이, 현대 L&C는 정백재 현대 L&C 경영전략본부장(상무)이 맡는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그룹 오너 정지선 회장과 전문경영인 정지영 사장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내년 3월까지 임기였던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난다. 아울러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현대백화점 3인 대표(정지선·김형종·장호진) 체제는 2인 대표(정지선·정지영) 체제로 바꿔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