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DG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이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 배당에 나설지 주목된다.
금융그룹 맏형으로서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계열사를 챙겨야 해 대규모 배당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른 대구은행의 자본비율 하락은 큰 부담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올해 9월 말 당기순이익 347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3294억원)보다 5.6%(184억원) 더 거뒀다. 유가증권과 외환·파생상품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이 급증한 덕분이었다. 같은 기간 그룹의 증권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은 336억원으로 1년 전(798억원)보다 57.9%(462억원) 급감했으며, DGB캐피탈은 0.8%(5억원) 소폭 늘어난 636억원을 나타냈다.
은행을 제외한 증권·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가 3분기까지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대구은행이 이번에도 지주에 대규모 배당금을 올려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구은행 배당은 100% 주주인 DGB금융지주 몫으로 돌아간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899억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대구은행 역사상 최대 규모로, 전년도 1100억원과 비교하면 72.6%(799억원) 급증한 액수다. 작년 대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이 전년 동기보다 15%(439억원)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대구은행이 통 큰 배당에 나선 데는 다른 계열사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익이 절반이나 급감했고, DGB캐피탈의 경우 0%대 성장을 겨우 면하는 수준에서 순익이 늘어 배당 확대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두 회사는 내년도 업황 전망을 고려하면 그룹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하이자산운용은 순익이 늘었으나 46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두 자릿수이며, DGB생명은 전년 동기(69억원)대비 7배 급증한 550억원을 거뒀으나, 이는 2021년(471억원) 실적을 2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문제는 대구은행의 배당 확대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이 나빠질 수 있다. 대구은행의 9월 말 CET1비율은 13.67%로 다른 지방은행보다 낮다. BNK부산은행(14.91%)보다 1.24%포인트 뒤처졌고, 광주은행(15.37%)과는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다만 지난해까지 내내 13%를 밑돌던 대구은행 CET1비율이 올해 들어 매분기 13.5%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 6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향상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은행들이 올해 만큼의 성장을 내년에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구은행을 바라보는 DGB금융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은행이 배당을 추가로 확대하지 않으면 계열사 지원 자금이 부족해지고, 주가를 떠받치는 힘도 잃게 된다.
DGB금융은 9월 말 CET1비율 11.1%를 기록했는데, 올 초 CET1비율 11~12% 구간에서는 주주환원율 30%를 목표로 점진적으로 늘려가겠다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배당성향이 27.1% 수준이었으니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야 하는 상황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의 경우 자본 활용 관련 고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주 환원, 성장, 자본력 이 세 가지 측면의 달성이 모두 필요한 만큼 보다 정교한 자본 활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