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49/art_1701875480795_c19c99.jpg)
[FETV=권지현 기자] 내년 금융산업의 핵심 이슈는 '재무건전성'이 될 전망이다.
경기침체 그늘이 짙어지는 데다 고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부실자산 증가→대손충당금 증가→실적악화→영업축소' 악순환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금융회사의 '재무 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상승선을 그리던 은행주 주가 추이는 하반기 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더 뚜렷하다. 은행 대장주인 KB금융은 올해 9월 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6일 종가는 1년 전(5만2100원)보다 오히려 소폭 하락한 5만2000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는 3만7900원에서 3만6700원으로 3.17%(1200원) 하락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이보다 더 큰 8.27%(3750원)나 떨어졌다.
이는 시장에서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던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금리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며 은행주가 수혜 종목으로 꼽혔으나, 연말로 갈수록 금리 피크아웃 우려에 충당금과 규제리스크도 거론되면서 내년도 재무건전성 관리 능력으로 평가 무게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부실 자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데다 상생금융 목소리도 내고 있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금융사의 수익성과 자본비율 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가운데 가장 건전한 업권으로 꼽히는 은행권은 자본적정성 지표가 이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9월 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직전분기 대비 0.15%p 하락한 15.56%로 집계됐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중국 경기부진 등 대내외 경제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자본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저평가가 심각한 증권주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서 비롯된 증시부진과 채권평가손실로 올해도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이로 인해 업계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9배에 그치는 등 증권 상장사 대부분이 0.25~0.55배에 머물고 있다. 내년에도 은행 대비 물건의 위험이 큰 증권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發) 부실에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도 재무건전성과 자금조달 부담이 시장의 평가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들은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끊이질 않았으나 예상치를 밑도는 건전성 지표에 올해도 성공적인 인수합병(M&A)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실제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은 지난 10월 인수를 포기했는데, 하나금융이 그간 보험업 강화를 핵심 경영 목표로 내세웠기에 이번 인수 포기를 두고 금융권에선 "생각보다 중소형 보험사 재무건전성이 훨씬 나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카드업계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2년째 영업 부담 가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가계나 개인사업자(소호)를 중심으로 대출이 늘고 있는데, 고금리 장기화 탓에 부실 채권도 함께 커지는 있다"며 "가계·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내년에는 이자이익보다 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업계는 금융권 가운데 건전성이 여전히 가장 취약해, 일부 저축은행은 내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은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폭 늘렸는데, 금리 급등에 따른 이자상환 한계로 올해부터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력과 자산관리 경쟁력이 2024년 쉽지 않는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본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4년 국내 금융산업' 보고서를 통해 "저성장·고금리 장기화 국면을 맞이한 국내 금융사들은 2024년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며 "무리한 고수익 추구보다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관점에서 운용과 조달, 자본비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