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허지현 기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건' 및 '친환경' 관련 인식과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내 몸에 조금 더 좋은 것, 안전한 것, 환경을 위한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업들도 이와 관련해 빠르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물건 하나를 소비할 때에도 조금 더 세세하고 면밀한 부분을 까다롭게 따지게 되면서 기업들도 성분, 제조과정, 공정 등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건강하고 프레시한 제품들을 선호하면서 제품 출시 하나에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뷰티업계는 화장품 제조·유통사들은 글로벌 기후변화에 관심이 큰 MZ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해 일상생활 속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 가치를 강조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건강한 이미지의 '비건 제품'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에 주력한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구매욕이 생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제품 성분, 패키지, 마케팅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퓨어 트렌드'와 '컨셔스 뷰티 트렌드' 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전국 지역 농가에서 정성껏 키워낸 못난이 농작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컨셔스 뷰티 브랜드 '어글리 러블리'를 론칭했다. 못난이 농작물은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조금 찌그러져 상품성은 떨어지나 맛과 영양 등은 그대로인 생산물을 뜻한다. 최근 판로 확대와 더불어 경쟁력 있는 가격과 개성 있는 생김새가 빠르게 브랜드화 되고 있다. 이에 식재료뿐 아니라 제품으로까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 같은 트렌드에 주목해 못난이 농작물과 부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업사이클링해 화장품 원료로 활용한 어글리 러블리 신제품 5종을 출시했다. '워시오프 마스크팩 2종', '슬리핑팩 1종', '시트 마스크 2종' 등으로 구성됐다. 모든 제품은 천연유래지수 90% 이상 성분을 담은 처방을 적용했고, 한국 비건 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어글리 러블리 브랜드 담당자는 "향후 스킨케어·립케어·핸드케어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할 예정"이라며 "고객들과 함께 취향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LG화학과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키지 소재 개발 및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포장재 제조 과정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고, 환경 영향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지속가능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탄소 저감 플라스틱 소재 및 신제품 개발', '플라스틱 재활용 협업 모델 구축', '소비자 친화적 친환경 제품 개발', '친환경 원료 적용 제품 확대' 등 협력을 이어간다. LG화학이 재활용, 열분해유, 바이오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이 이를 화장품 및 생활용품 포장재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고객 피드백을 공유해 친환경 소재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공급·수거·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사는 우선 아모레퍼시픽의 헤어케어 브랜드 ‘미장센’의 제품 용기에 PCR PE(재활용 폴리에틸렌)를, 뚜껑에는 PCR PP(재활용 폴리프로필렌)을 각각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컨서스 뷰티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구매'가 완벽한 합의점을 찾는 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건 및 친환경 제품들은 개발 비용이 다른 제품들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공정 과정도 더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다른 제품 라인들보다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뷰티 제품을 애용하는 박 씨는 "비건이나 친환경이니까 오히려 제품이 더 저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리사이클 제품들을 사용한다는 인식과 친환경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가격은 저렴하지 않아 구매가 망설여져 최종적으로 구매에 실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굉장히 위축되어 있다. 소비 트렌드인 '가성비 트렌드'가 대세인 가운데 비건 및 친환경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제품 소비와 실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성비 트렌드'가 소비의 트렌드인 만큼 제품과 가격에 모두 반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제조 과정, 성분, 가격을 모두 맞추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친환경'은 뷰티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과제로 계속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