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신세계가 사업력이 비슷한 오프라인 계열사를 통합 운영하는 연합군(?) 전략을 펼쳐 주목된다. 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하나로 묶어 상품을 통합 소싱하거나 상품코드를 업종 구분없이 일원화하는 등 경계선 허물기 실험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상품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 생기를 불어 넣고 이를 통해 매출 부진을 타개하려는 불황 탈출용 최후의 통합작전(?)인 셈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롯데마트와 슈퍼의 ‘통합 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상품 코드 일원화, 통합 소싱 등 ‘화학적 통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 발주, 상품관리, 데이터 분석 등 마트와 슈퍼의 업무를 통합해 17만개에 달하는 상품 코드를 일원화 했다.
지난 7월에는 롯데슈퍼 온라인몰 롯데슈퍼프레시가 롯데마트 온라인몰인 롯데마트몰과 통합됐다. 이 덕분에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롯데슈퍼는 올해 3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146% 늘어난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냈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7.3% 늘어난 7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에 맛본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다.
최근에는 마트와 슈퍼를 넘어 편의점과도 손을 잡았다. 롯데마트·롯데슈퍼·세븐일레븐은 지난 2일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의 인기 제품 ‘초코나무 숲’과 ‘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컵 커피로 구현한 단독상품을 내놨다. 3사는 공동 소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롯데마트와 슈퍼 2개사가 준비했을 때보다 최초 계약 물량이 3배 이상 늘었다. 또 롯데마트에서 기존에 판매되던 컵 커피류 100㎖당 평균 판매가격보다 5%가량 싸게 가격을 낮췄다.
롯데쇼핑은 마트와 슈퍼의 지속적인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가성비 높은 상품을 지속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매장의 90%를 그로서리(식료품)로 구성한 ‘롯데 그로서리 매장’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간다. 롯데 그로서리 매장 1호점은 서울 은평점으로 약 40m 길이의 국내 최장 즉석 조리 식품 매대를 설치해 다양한 조리 식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그룹도 본격적으로 통합 소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인사를 통해 한채양 신임 대표에게 이마트를 비롯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 총괄 대표직을 맡겼다. 동시에 3사의 상품본부장을 황운기 전무(이마트 상품본부장)가 맡게 됐다.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그룹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하고 산하에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신세계프라퍼티‧쓱닷컴‧지마켓 등을 편제시켰다. 클러스터를 통해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사업부를 통합한 ‘PL/글로벌사업부’도 신설했다.
이처럼 통합 운영 체제로 변화하는 이유는 상품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통합 소싱으로 1년새 영업이익이 둘 다 크게 뛰었다.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9% 늘어난 800억원, 롯데슈퍼는 같은 기간 무려 1496% 뛴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마트와 슈퍼의 상품 통합소싱에 따라 식료품 상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된 것이다. 롯데슈퍼의 경우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 전망된다. 이와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합 소싱을 통해 유통업체 핵심인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