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지수 기자] 설탕·주류·우유 등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외식 물가의 ‘도미노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고물가 영향으로 점처 더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 간의 무력충돌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소비자들의 먹거리와 장바구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 소비자물가지수는 141.58로 지난해 동월보다 16.9%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20.7%)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은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에 많이 사용되는 만큼 가공식품 물가에 영향을 미쳐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설탕 가격 상승은 전 세계 주요 설탕 생산국들이 최근 심각한 가뭄과 이상기후를 겪고 있는 탓이다. 특히 전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으로 꼽히는 인도가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이 급격히 줄어들자 자국 공급부터 보호하려고 설탕 수출량을 줄였다. 인도는 태국·브라질과 함께 세계 3대 설탕 수출 국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설탕 가격 상승세가 향후 9∼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에는 소금 물가도 급등했다. 지난달 소금 물가 상승률은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폭우와 태풍 등으로 소금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이날부터는 맥주 가격도 오른다. 오비맥주는 이날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의 인상이다. 다만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트, 편의점 등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 가격은 종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맥주 출고가 인상으로 인해 음식점에서도 맥주 가격이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테라와 켈리를 제조하는 하이트진로, 클라우드와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현재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료비와 물류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만큼 추후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있다. 작년에도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가격을 인상하자 하이트진로는 테라, 하이트의 맥주 제품 가격을 올렸다.
소주 제조사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월 소주 원료인 주정(에탄올) 값이 평균 9.8% 올랐으나 참이슬·처음처럼 등 소주 가격은 반년째 동결되고 있어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맥주와 소주를 모두 생산·판매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검토를 하거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인상 여파로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우유가 들어가는 생크림, 아이스크림, 빵, 과자 가격 등이 도미노처럼 오르며 밀크플레이션(우유 가격 인상에 따라 이를 원재료로 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현상)도 벌어졌다. 지난 8월 낙농진흥회는 이달부터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ℓ(리터)당 88원 올리기로 결의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의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p 높게 나왔다. 특히 외식 부문에서 39개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상회하는 품목은 31개에 달했다.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외식 품목은 피자로 12.3% 상승했고, 이어 오리고기(외식) 7.3%, 구내식당 식사비 7.0%, 죽(외식) 6.9%, 냉면, 6.9%, 자장면 6.8%, 도시락 6.8%, 김밥 6.6% 등을 기록했다.
가공식품 부문 73개 세부 품목 중에서 61.6%인 45개가 평균을 넘었다. 고추장이 27.3%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이어 드레싱 23.7%, 당면 19.5%, 치즈 17.7%, 소금 17.3%, 설탕 16.9% 등을 기록했다. 또 아이스크림(14.0%)과 커피(13.2%), 두유(11.2%), 간장(10.5%), 카레(10.4%) 등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품목들의 물가 상승률도 10%를 넘었다. 생수(9.6%), 우유(9.3%), 주스(9.2%), 발효유(9.0%), 분유(7.5%), 라면(7.5%) 등의 상승률도 높은 상황이다.
이상기후와 폭염, 폭우 등으로 과실의 물가 상승률은 24.0%로 평균의 6배가 넘었다. 사과의 물가 상승률이 54.8%를 기록했다. 또 복숭아 40.4%, 귤 40.2%, 딸기 31.6%, 수박 30.2% 등의 대부분의 과일 물가 상승률이 높았다. 식음료 물가가 계속 뛰면서 한편으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는 이달 1~9일 기준 흰우유 자체브랜드(PB) 제품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48.8%나 뛰었다. 편의점의 흰 우유 PB 제품은 900㎖∼1ℓ 기준 가격이 2500원으로 3000원 안팎인 기성브랜드(NB) 제품보다 20%가량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