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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4000명 직원에 달랑 3곳...은행 어린이집 '바늘구멍'

'평균직원 1.3만명' 5대 은행, 직장어린이집 35곳 불과...직원 47명당 1명꼴
국민·우리, 원아수 100명대로 가장 적어...내부 시설 확대·연계 등 검토해야

 

[FETV=권지현 기자] "직장 어린이집 공간과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신청자 모두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최근에는 0세반도 신설돼 관심을 갖는 동료들이 늘었습니다. 통상 근속연수와 자녀 수가 선발기준인데, 한부모·다문화·맞벌이 가정에게 가산점을 주는 형식이라 당첨될 확률이 매우 낮아요. 저의 경우에도 이들 조건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2년 연속 정기·수시 지원 모두 떨어져 결국 집에서 멀리 떨어진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형은행 근무 13년차 A씨)

 

국내 대형 기업들의 직장 어린이집이 태부족인 가운데 은행권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잇달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는 은행들이 국공립 어린이집 설립·지원에 나서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내부 직원들의 복지 수요 1순위인 '육아' 부문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 등 5대 은행의 직장 어린이집은 현재 총 35곳으로 집계됐다. 한 은행당 평균 7곳으로, 이들 어린이집은 한 곳당 최소 24명~최대 67명의 원아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인원 기준 이들이 보육하고 있는 영유아는 총 1374명이다. 

 

5대 은행 외 NH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보험계열사, 농협경제지주 등과 어린이집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현재 4곳인 카카오 공동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6월 말 기준 전체 직원 각각 420명, 497명으로 현행법상 어린이집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직장 어린이집이 없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0명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직장 어린이집을 단독으로 만들 수 없으면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을 맺고 근로자의 자녀 보육을 지원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은행들은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보육(지원)재단 등 보육업체와 손잡는 방식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 등 5대 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직장 어린이집이 3곳으로 가장 적었다. 우리은행(4곳)과 신한은행(5곳)이 뒤를 이었으며,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10곳, 13곳을 보유하고 있었다.

 

원아 수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현재 110여명의 직장 어린이집 원아를 두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한 곳당 39~49명으로 최대 인원으로 계산 시 196명을 보육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어린이집 당 49~67명으로 같은 기준 335명이었으며, 기업은행은 314명의 직장 어린이집 원아를 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419명으로 유일하게 400명대를 기록했다. 

 

직원수를 고려하면 대형은행들의 직장 어린이집 원아수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직원 수는 6만3771명(기간제근로자 제외)이다. 국민은행이 1만4048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만3545명, 1만2971명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만2417명, 1만790명으로 1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단순 계산할 경우 은행 직원들은 평균 47명 당 1명꼴로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사실상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허용된 것과 마찬가지다. 집계 결과 5대 은행 직장 어린이집의 90% 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신한은행 어린이집 5곳은 서울 강북·송파·양천, 경기 일산(2곳)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은행 4곳은 서울 중구(본점)·마포·성동, 경기도 분당에 있다. 국민은행은 어린이집 3곳을 서울 강서·구의·여의도에 두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어린이집은 3군데 운영 중이지만, (KB금융그룹)계열사인 KB국민카드(종로), KB손해보험(합정)에서도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구의, 종로, 합정 어린이집은 잔여 정원에 한해 다른 계열사 자녀들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상시 여성근로자 비율이 늘고 육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 은행들이 직장 어린이집 설립·지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무신사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해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되자 한문일 대표가 전 직원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는 점은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평균 직원 1만2700여명을 둔 대형은행들의 평균 7곳 수준인 어린이집 수는 수년째 변동이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서울·경기 외 다른 지역에 어린이집 필요성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에 먼저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경기권의 경우 분당 외에도 인원이 많은 다른 지역에 추가 설립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 돌봄 교실 설립·지원 등에 나서고 있는데, 이중 일부 재원을 내부 보육시설 증설·연계에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