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진에어가 고공비행을 예고하고 있다. 단기차입금 한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곳간을 충분히 채우는 등 경기불황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달라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견더낸 진에어가 다시 한번 힘찬 날개짓으로 고공비행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최근 단기차입금 한도를 4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는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1090억원의 27.51%에 해당하는 규모다. 차입 형태는 금융기관 차입으로,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를 설정하는 구조다. 진에어가 단기차입금 한도를 높이는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2년만이다.
진에어가 이번에 단기차입금 한도를 높인 것은 불안정한 경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여객 수요는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금리·고유가인 만큼 쓸 수 있는 자금을 준비해두는 사전 작업인 셈이다.
다만 이번에 결정한 차입금 한도는 과거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늘렸던 단기차입금 한도는 ‘빚’의 개념이었다면 이번엔 ‘투자’의 성격이 더 짙다.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여객 수요 회복에 따른 인력 충원과 기재 도입 등 자금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라서다. 실제로 진에어는 올 상반기 내 신규 인력 충원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부턴 신규 항공기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진에어가 자금 확보에 힘을 쏟으면서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하는 셈인데 이는 그간 저조했던 수익성 개선을 이룬 공이 크다. 적자에 시달렸던 진에어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이자 부담을 버틸 재무체력을 만들었다는 시각에서다. 진에어는 지난해 4분기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코로나 시절 계속된 적자의 고리를 끊어냈다. 이후 올 1분기와 2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 1분기엔 1000억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냈다. 진에어는 이 같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바닥에 머물렀던 잉여현금흐름(FCF)도 올 2분기 기준 600억원대까지 올려놨다.
진에어가 흑자로 돌아서며 순조로운 현금흐름을 보이자 업계 일각에선 진에어의 이번 단기차입금 한도 확대가 영구채 상환을 염두에 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큰 영구채를 상환하면 회사의 수익성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에어가 현재 보유한 영구채는 상반기 말 별도 기준 620억원이다. 발행 이자율은 8.6%다. 발행 후 1년 경과 시점인 오는 10월부턴 13.6%의 이자가 적용된다. 문제는 내년 10월이 되면 여기에 2% 포인트(p)의 금리가 추가로 붙는단 점이다. 이 경우 진에어는 총 15%가 넘는 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영구채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높은 이자 부담을 안은 영구채를 계속 보유하는 것은 수익성을 깎아먹고 결국 재무에 부담을 준다. 진에어가 한도를 늘린 단기차입금을 받아 영구채 상환에 나설 것으로 업계가 내다보는 이유다. 진에어 관계자는 “단기차입 한도 설정은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영구채 상환 계획 및 여부와 관련)현 시점에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