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화학 빅4가 중국발(發) 경기불황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수출 효자폼목이였던 석유화학 제품이 중국 악재에 발목을 잡히며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그동안 버팀목이자 주력 사업이였던 석유화학(석화) 사업만 집중 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업계의 중론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화학 빅4는 그동안 석화사업으로 중국의존도를 높여 재미를 보던 시대는 이제 막바지 무렵에 들어선거 아니냐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들 호학 빅4가 중국發 경기불황의 탈출구로 지목한 것은 첨단소재 사업 중심의 사업다각화다. 첨단소재 부분에 팔소매를 걷어 붙이고 가속도를 내고 있다. 화학 빅4가 주력하는 첨단소재는 크게 ▲배터리(2차전지) 소재 ▲태양광 소재 ▲CNT(탄소나노튜브)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이 있다. 이러한 소재의 특징은 주로 친환경과 경량화 고강도 등의 산업용 소재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4사중 가장 한숨을 내쉬는 곳은 LG화학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의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단지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간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 플라스틱 핵심 소재들의 VIP 거래처는 중국이였다. 근데 중국 정부가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석화사업을 자국이 주도하기 위해 한국과의 석화 동맹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어버렸다.
여기서 말하는 동맹 관계의 느슨함이란 중국 정부가 자국의 석화기업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석화단지를 확대, 생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그간 NCC(나프타 크래킹 센터)를 대규모로 운영했다.
NCC는 쉽게 말하면 원유를 정제하면 납사(나프타)가 나온다. NCC를 통한 납사 추출을 통해 PP, PE 등의 플라스틱 핵심소재의 원료인 에틸렌 등을 뽑아내는 단지 시설이다. 이로 인해 전통 석화사업의 핵심단지로 여겨진다. 에틸렌은 PP, PE 생산에 수요가 70% 정도 차지해 가장 많고 나머지는 PVC, 스타일렌 모너머(ABS의 원료) 등의 사용된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석화사업 부진 이유) 중국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석화단지를 자국 내 늘리고 있다”면서 “중국이 자국 내 PP, PE를 만들어 수출할 경우 국제평균 가격이 떨어지는데 문제는 원료값은 비싸 마진율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LG화학이 꺼내든 카드는 양극재(배터리 전압크기 결정) 등의 배터리 핵심소재 북미를 타깃으로 한 글로벌 판매망 확대다. 작년 2월부터 LG화학은 미국 최대규모로 테네시주에 4조원 규모로 양극재를 건설중에 있다. 연간 12만톤(전기차 120만대분) 규모로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2027년 연간 12만톤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가동중인 생산량(캐파)은 연간 12만톤이다. 국내는 청주(7만톤), 해외는 우시(4만5000톤)가 있다. LG화학 총괄수장 신학철 부회장은 3년 후인 2026년 26만톤, 2028년 47만톤까지 확대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구미 공장은 6만톤 규모로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LG화학과 비교해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은 물론 중국발 피해는 크지만 LG화학보단 덜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중국화학 매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가 적은 편이여서 데미자가 덜하다는 주장이다.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라인프로젝트)를 짓는 우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전자이동 역할) 분리막, 전해액 등의 사업다각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생산을 목표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중국 공장이 규모가 적은 편이여서 매출 비중 낮은 편이다. 나비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상대적으로 타격은 덜 한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의 경제가 워낙 안좋은 상황이다 보니 중국 정부가 제대로 통계를 발표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중국발 경기 여파는 있지만 다소 안숨을 쉬는 입장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은 PVC를 놓고 인도네시아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건설 경기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경기 전반에 소비, 수요가 회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다행스러운 건 중국 현지의 PVC 사업보다는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북미와 유럽을 타깃으로 한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소재부터 태양광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의 거점으로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중국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중국 수출 비중은 30%가량 비중을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있는 편에 속한다. 주로 타이어용 소재인 합성고무 제품 수출을 하고 있는데 중국발 경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장기적인 긴 호흡에서 첨단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회사는 꿈의 소재라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R&D(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리튬이온 배터리용 CNT의 상업화를 이뤄냈다. CNT는 배터리의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 쓰이는데 기존 소재 대비 높은 전도성이 높다. 이로 인해 배터리 수명과 용량을 늘릴 수 있어 핵심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합성수지 부문에는 EP를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EP는 범용 플라스틱 대비 성형 가공성, 내충격성, 내열성 등 물성이 우수한 고부가가치 합성수지에 속한다. 뛰어난 물성을 갖춘 만큼 자동차 부품이나 정밀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